엿새간 긴 설연휴, 사건·사고로 얼룩져
항공기 화재로 비상탈출
축사붕괴·교통사고 속출
엿새간의 긴 설 연휴 동안 전국 곳곳에서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이륙을 준비하던 여객기에서 불이 나 176명이 비상 탈출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고, 폭설로 귀성·귀경길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붕괴되는 피해도 잇따랐다.

무엇보다 국민들을 놀라게 한 사고는 지난 28일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여객이 화재 사고였다. 이날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70명(탑승정비사 1명 포함)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들이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비행기 전체가 불에 탔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해 179명이 희생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한달만에 발생한 사고여서 더 충격이 컸다.
설 연휴기간 폭설 피해도 상당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대설특보가 내려졌던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내린 눈 때문에 충남과 전북 등에서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붕괴 사고가 잇따랐다. 축사 붕괴는 충남에서만 10건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컸다. 피해 신고는 다음달 2일까지 받기로 한 만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전부는 신속하게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구성해 피해현황 파악과 응급복구 지원에 나섰다.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 등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눈길 미끄러짐 사고였다. 지난 28일 오전 11시 43분쯤 전북 김제시 금구면 호남고속도로 김제나들목 부근에서 관광버스가 화물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기사 등 6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이다. 같은 날 오전 8시 39분쯤 충남 보령시 청소면 서울 방향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가 갓길 보호벽을 들이받고서 멈춰 선 것을 뒤따르던 SUV 승용차가 추돌하는 2차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고속버스 탑승객 15명 중 8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27일 오후 7시 32분쯤 충남 서산에서 대기업 2곳의 통근버스 차량 9대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연쇄 추돌, 버스 운전자와 승객 등 48명이 다쳤다. 같은 날 낮 12시 51분쯤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승용차와 고속버스 2대가 잇따라 추돌, 버스 승객 등 3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날 오전 11시쯤에는 경북 상주시 화남면 당진영덕고속도로 화서휴게소 부근에서 32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청주 방향 고속도로가 전면 통제돼 귀성객들의 발목을 잡았다. 강원 원주에서는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가현동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원주나들목 인근에서 10중 추돌사고가 나 9명이 다쳤고, 오후 9시 9분쯤 정선군 사북읍에서는 승용차 등 차량 5대가 눈길에 고립됐다가 40분만에 구조됐다.
이 밖에도 지난 30일에는 경북 칠곡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5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설 당일인 29일에는 오후 11시 29분쯤 울산시 동구 한 다세대주택 1층에서 불이나 5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앞서 오전 11시 35분쯤에는 경남 진주시 한 빌라에서 가스 폭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 20대 거주자가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