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충격·1월 FOMC 이슈 반영하며 국내 증시 하락
트럼프발 고율 관세 강행에 글로벌 환율시장 요동
캐나다·멕시코화폐 1% 급락 … 중국 위안화 하락
설 연휴 기간 등장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슈를 일시에 반영하며 국내 증시가 장 중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발 고율 관세 강행에 글로벌 환율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 장중 2500선 무너져 = 설 연휴 후 개장 첫날인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2510대로 밀려났다. 이날 오전 9시 23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3.08포인트(0.91%) 내린 2513.72를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47포인트(0.10%) 내린 2534.33으로 약보합 출발했지만 개장 직후 단숨에 낙폭을 키우며 2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중국 딥시크 등장으로 AI 산업 구도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 AI 생태계의 일원인 SK하이닉스는 8.37% 급락한 20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2.42%), 한미반도체(-6.72%) 등 다른 반도체주도 동반 약세다.
중국 딥시크 충격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등 악재를 한 번에 반영하며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388억원 순매도 중이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2903억원, 2436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2067억원 순매도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08포인트(0.56%) 내린 724.66을 기록 중이다. 지수는 전장 대비 3.78포인트(0.52%) 내린 724.96으로 출발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113억원 순매도 중이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35억원, 20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전환 =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설 연휴 휴장으로 일주일 만에 거래가 재개된 원달러환율은 31일 장 초반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 거래일보다 14.7원 오른 1446.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7분 현재 전일 대비 17.7원 급등한 144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휴 기간의 대외 변수들이 환율에 반영되는 가운데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7일 장중 106대까지 하락한 뒤 다시 108선을 웃돌며 반등 전환했다.
트럼프 관세 강행 예고에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1%대 급락했다. 중국 위안화도 역외시장서 한 달여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에 대해서도 펜타닐 단속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역내 시장은 설 연휴로 휴장했지만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 대비 0.4% 하락했다. 한 달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금리동결 … 무난했던 FOMC =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FOMC회의에서 미 연준은 시장 예상처럼 금리를 동결했다. 금리동결의 가장 큰 원인은 물가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번 FOMC는 미 연준이 여전히 데이터의 진전을 확인해야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혹은 노동시장 약화가 정책조정을 촉진할 수 있지만 경제 상황은 양호하기 때문에 정책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1월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미 연준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물가 리스크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물가에 미칠 불확실성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파월 의장 역시 관세 및 이민정책 추진에 따른 불확실성을 언급하는 등 정책 파장을 당분간 지켜볼 것임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초기 행보에서 비교적 협상 및 절제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 정책과 딥시크 불확실성 경계 =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강행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난했던 1월 FOMC보다 트럼프 관세 정책과 딥시크 불확실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딥시크 여진은 미국 기술주는 물론 국내 관련 업종에도 적지 않은 파장과 변동성 요인으로 당분간 작용할 공산이 크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AI 산업 등 첨단기술 약진에 어떤 조치 혹은 규제를 내놓을지도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높일 여지가 크다. 트럼프 허니문 랠리가 약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와 함께 레드 테크 리스크가 시장에 주된 이슈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증시를 넘어 전세계 증시의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에 17% 폭락했다는 점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주도주, 주도 내러티브의 전면 교체 혹은 변화 가능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생태계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딥시크 사례는 AI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 엔비디아의 고가 모델,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허 연구원은 “미중 간 AI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고, 점차 AI가 무기화되는 구도에서 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딥시크 사례가 늘어날수록 전반적인 AI 투자 비용은 점차 낮아지고 투자 다변화 필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