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수출 감소 … 15개월 연속 수출플러스 일단 멈춤
설연휴 등 조업일수 감소 영향
2월엔 증가세 전환 가능성 커
트럼프 중·멕시코 관세 부과 변수
새해 첫 달인 1월 우리나라 수출이 15개월 동안 이어오던 전년 동월 대비 ‘수출 플러스’ 흐름을 멈추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동력이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1월 수출 둔화는 설연휴(2024년엔 2월이었으나 2025년은 1월)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단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업일수를 고려한 1월 일평균 수출은 전년보다 늘었고,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10% 가깝게 증가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91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3% 감소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2023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된 뒤 1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왔다.
이는 이른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때문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설 연휴는 2월에 있었는데, 올해는 1월로 연휴가 옮겨오면서 조업일수가 24일에서 20일로 4일 줄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수출업계가 설 연휴에 이어진 금요일까지 휴무일로 지정해 조업을 멈추면서 생산·수출이 모두 중단됐다는 설명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1월 일평균 수출액은 24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7% 증가해 산업부 설명을 뒷받침했다. 1월 일평균 수출액은 2022년(25억2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1월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조업일수 축소에도 반도체 수출은 101억달러로, 8.1% 증가하며 새해 첫 달에도 한국의 수출을 견인했다. 2022년(108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1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기록과 9개월 연속 100억달러 이상 수출 기록을 동시에 썼다.
메모리 수출은 전체 반도체 수출의 61%를 차지하는 61억8000만달러 규모로, 지난해 1월보다 17.2% 증가했다.
분기별 메모리 수출을 보면 2024년 1분기 188억달러, 2분기 215억달러, 3분기 228억달러, 4분기 252억달러로 우상향 곡선을 뚜렷하게 그리고 있다.
수출 2위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50억달러로 19.6% 감소했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이 설 연휴에 이어진 금요일을 추가 휴무일로 지정하면서 다른 업종보다 조업 일수 감소 영향이 컸다.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 전기차 수출은 50.3% 감소했으나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37.1% 증가했다.
석유제품 수출은 국제가격 하락과 작년 말 주요 업체의 생산시설 화재 등 영향으로 29.8% 감소한 3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외에 디스플레이(-16.0%) 무선통신기기(-9.4%) 일반기계(-21.7%) 선박(-2.1%) 석유화학(-12.8%) 바이오헬스(-0.4%) 가전(-17.2%) 섬유(-15.5%) 철강(-4.9%) 이차전지(-11.6%) 등의 수출도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대중국 수출은 중국의 설인 춘제 연휴(1월28일∼2월4일) 등 영향으로 14.1% 감소한 92억달러로 조사됐다. 양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5.5%)와 석유화학(8.9%)은 증가했으나 일반기계(-6.4%) 석유제품(23.3%) 디스플레이(-12.9%) 등은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 기준 대중국 수출은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수출도 9.4% 줄어든 93억달러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반도체(98.4%)를 비롯 컴퓨터(78.7%) 등 IT 품목 수출은 크게 증가했으나 자동차(-14.1%) 일반기계(-20.6%) 수출이 꺾이면서 전체 수출이 둔화했다.
그러나 1월 대미 수출은 역대 1월 중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고, 일평균 기준 수출도 8.7% 증가했다.
한국의 1월 수입액은 510억달러로 작년 대비 6.4% 감소했다. 에너지 수입은 유가 하락에 따른 원유 수입액 감소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14.0% 감소한 113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비에너지 수입은 반도체 등 원·부자재 수입이 설 연휴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면서 3.9% 감소한 396억달러였다.
이로써 1월 무역수지는 1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는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왔으나 1월 적자 전환됐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1월에는 장기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수출이 일시적으로 둔화했지만 일평균 수출은 7.7% 증가하는 등 수출 동력은 살아있다”며 “올해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자원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취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관세 정책 등도 변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2월 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반도체, 철강,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에 맞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제 무역질서에 적잖은 변화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