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관세에 ‘반발’
업계·노조 “철회하라” 목소리 … 언론들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비판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일부 고통이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아마도 그럴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은 지불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해 미국 안에서 상당한 반발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대한 반응이다.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던진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상품 총액은 약 1조3000억달러(약 1895조원)어치로 지난해 미국 전체 수입품의 약 42%(캐나다·멕시코 28%, 중국 13.5%)를 차지한다.
여기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관세를 수입하는 미국 수입업체들이 세금을 물고 대신 가격을 올리게 돼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미국 외교협회는 이날 자료를 내 유가는 갤런당 50센트까지 오를 수 있고,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산 비용은 대당 최대 3000달러씩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멕시코는 미국 야채 수입의 60% 이상, 과일·견과류는 절반가량을 담당한다. 투자은행 아이엔지(ING)의 수석 국제경제학자 제임스 나이틀리는 뉴욕타임스(NYT)에 “미국 가계당(4인 가구) 연평균 3342달러(약 487만원)의 부담이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줄어 전반적 경기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석유, 철강 분야에서도 이번 관세 부과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석유화학업계 단체(AFPM)는 성명을 내고 캐나다, 멕시코산 석유·에너지 제품에 부과한 관세 조치가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FPM은 성명에서 “우리는 북미 이웃 국가들과 신속히 해결책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그 영향을 느끼기 전에 원유, 정제 및 석유화학 제품이 관세 일정에서 제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철강노조(USW)도 이날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해 성명을 내고 “USW는 오랫동안 고장 난 무역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개혁을 요구해왔지만, 캐나다와 같은 주요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매년 약 1조3000억달러 상당의 제품이 캐나다, 미국 국경을 지나 140만개의 미국 일자리와 230만개의 캐나다 일자리를 지원한다”며 “이러한 관세는 캐나다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국경 양쪽의 산업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노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캐나다 관세에 대한 정책을 바꿔 장기적으로 노동자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역 해법에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USW는 금속, 광산, 화학, 제지, 자동차 등 생산 산업에 종사하는 85만명의 근로자를 대표한다.
트럼프 관세폭탄에 대한 미국 주요 언론들의 부정적 반응은 더 날카롭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트럼프는 때때로 미국이 아예 수입을 하지 말아야 하고 모든 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완벽히 폐쇄된 경제가 될 수 있다는 듯이 발언한다”며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도, 우리가 살기를 원해야 하는 세계도 아니다. 트럼프도 곧 이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관세 조치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많은 대통령이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관세를 활용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그 자체가 목적이며, ‘도금시대’(Gilded Age)의 비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입원이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도금시대는 19세기 말 미국의 산업화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번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불평등과 각종 사회문제가 심화된 것을 풍자적으로 비유한 용어다.
관세 부과가 미국 내 물가를 올려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지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북미 지역의 긴밀히 통합된 석유 시장을 교란시키고 미국 운전자들의 휘발유 가격을 상승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NBC 뉴스도 “새 관세 부과로 자동차, 전자제품, 목재 등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 경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