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미국서 100% 만드는 제품은 없다”

2025-02-03 13:00:44 게재

공급망 붕괴·소비자에게 가격 전가 비판 잇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도 보복 … 제3국 확산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해당국이 보복에 나섬으로써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뿐 아니라 이 지역에 거점을 마련한 기업들에게 직격탄이다. 나아가 제3국으로까지 관세폭탄이 확산될 수 있어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의 관세공격에 대해 비판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캐나다 원유 수입해 석유제품 수출 =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트럼프가 서명한 새로운 관세로 인해 더 비싸질 수 있는 것’(Here’s what could get more expensive with Trump‘s new tariffs signed today) 제하 기사에서 “이런 종류의 관세 인상은 거의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종 제품이 미국에서 생산된다 해도 해외에서 생산된 부품과 소재에 의존한다”며 “미국에서 100% 만들어졌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난해에 캐나다에서 930억달러 상당의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중 일부는 석유제품을 만드는데 활용했다.

또 자동차 차량, 부품 및 엔진으로 분류된 제품의 절반 이상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된다. 캐나다는 건축자재, 석유 및 기타 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금속재료를 포함해 미국에 대한 산업자재의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만들어지며, 제조과정에서 부품이 국경을 넘나들며 운송된다. 미국 자동차업체인 GM만 해도 2024년 84만대 이상을 멕시코에서 생산했다.

관세로 인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운송되는 자동차 및 트럭 가격에 1만달러 이상 추가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는 스마트폰 가격이 약 213달러 더 비쌀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미국의 소비자물가 인상과 공급망 붕괴 우려 가능성을 제기한다. 단기적으로는 수입업체가 관세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공급망이 붕괴되고 수입품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회사가 비용을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해 가격을 인상하고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시장, 3개국 점유율이 41.7% = 2일 뉴욕타임즈는 미국의 국가별 수입현황을 분석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의 국가별 수입점유율은 멕시코가 15.6%로 1위고, 중국 13.5%, 캐나다 12.6% 순이다. 이들 3개국의 수입점유율은 41.7%로, 연간 1조3000억달러(미국의 총 수입액 3조1000억달러)가 넘은 상품을 거래한다. 이어 독일 4.9%, 일본 4.6%, 베트남 4.2%, 한국 4.0%, 대만 3.6%, 아일랜드 3.2%, 인도 2,7% 등 4~10위다.

멕시코는 2023년 중국을 제치고 처음 미국의 수입 1위 상대국으로 올라선 후 2024년까지 자리를 유지했다. 미중 무역패권 갈등의 장기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이 수입상위 3개국에서 들여오는 품목 중 무역수지 적자를 많이 보는 제품은 △원유(-891억달러) △컴퓨터(-566억달러) △휴대폰(-566억달러) △자동차(-556억달러) △화물(운송)트럭(-213억달러) △자동차부품 및 액세서리(-209억달러) △디스플레이(-155억달러) △이차전지(-144억달러) △절연전선(-118억달러) 등이다.

이중 원유는 미국이 1653억달러 규모를 수입했는데 캐나다산이 56%, 멕시코산이 12%를 차지했다. 미국은 이 원유를 가지고 석유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 지난해 312억달러의 흑자를 봤다.

휴대폰은 1171억달러 수입액 중 캐나다 47%, 중국 44%, 멕시코 9%이고, 컴퓨터는 1032억달러 수입액 중 캐나다 38%, 중국 35%, 멕시코 27% 각각 들여왔다.

2080억달러를 수입한 자동차는 61%가 중국산이고, 멕시코산 22%, 캐나다산 17%이며, 운송트럭의 경우 435억달러 중 멕시코 75%, 캐나다 15%로 조사됐다. 자동차부품 및 액세서리(855억달러) 중 41%는 멕시코산, 이차전지(293억달러) 중 53%는 중국산, 디스플레이(207억달러) 중 49%는 멕시코산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대상으로 선제공격한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이래 미국의 가장 가까운 무역 파트너였다. NAFTA는 3개국간 거래되는 상품에 대해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했고, 서비스시장을 개방했다.

◆관세 맞불·WTO에 제소 등 반격 =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판도변화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4일부터 캐나다의 에너지 제품에 10%, 그 밖의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에너지류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25%, 중국에 대해서도 10%의 보편 관세가 매겨진다.

그러자 해당국들의 강도 높은 보복 선언이 잇따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억550억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USMCA에 따른 구제 조치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사들은 연방정부의 대응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잇달아 자체적인 제재를 발표했다.

멕시코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산 제품 25%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3일(현지시간) 발표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2일 온라인을 통해 내놓은 대국민 연설에서 “저는 내일(3일)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처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10%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복과 국제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추가 관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조치를 취해 자기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수출의존도 높아 직격탄 =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기아 포스코 CJ 등 우리나라 대기업은 트럼프정부 1기 때 시작된 대중 무역제재를 피해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은 멕시코에 대거 생산기지를 확충했다.

트럼프 대통 령의 이번 관세 조치로 이들 기업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고, 앞으로 ‘관세 전쟁’ 전선이 넓어지면 한국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미국의 관세 부과와 이에 맞서는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4년 10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 등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은 최대 448억달러(약 65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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