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카드로 세 확장 노리는 여당…‘탄핵 반대’론 한계

2025-02-03 13:00:38 게재

입법·당정협의 등 민생 챙기기 … 지도부 “반도체법 처리”

중도층 표심 노린 포석 … 중도층 ‘탄핵 찬성’ 71% 압도적

탄핵 반대 여당 손잡을지 의문 … ‘윤과의 차별화’ 불가피

국민의힘이 3일 2월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민생카드를 쏟아낼 태세다. 탄핵 정국 속에서도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으로서 적극적으로 민생을 챙기겠다는 모습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중도층으로의 지지세 확장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중도층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압도적 찬성 의사를 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여당의 전략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국민과 함께 미래로 갑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한국수어의 날을 맞이해 ‘국민과 함께 미래로 갑니다!’라고 수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3일 오후 임시국회 개회식이 열린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이 대표의 말 바꾸기가 진심이라면 2월 임시국회에서 반도체지원 특별법(이하 반도체법), 첨단에너지 3법부터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국정협의체에 참여해 산적한 민생 법안들을 하루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위원장은 오는 5일 경기 평택고덕변전소를 찾아 ‘AI 시대 안전한 전력망 확충’을 주제로 간담회를 연다. 당 인공지능특위와 경제활력민생특위가 함께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반도체법 통과를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에서 “연구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원칙의 예외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딥시크 개발에 경각심을 느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도체법을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이 대표의 진정성이 어느정도 인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4일과 7일 이틀에 걸쳐 당정협의회를 연다. 정부부처 차관과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국정 전반을 점검한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국정 공백이 없도록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반도체법과 첨단에너지 관련 3법 등 ‘미래먹거리 4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에너지 관련 3법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반도체법은 이견이 존재한다. 여당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자체 토론회를 통해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를 논의한다.

국민의힘의 민생행보는 조기 대선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다. 보수층과 진보층은 여야로 극명하게 갈려 있다. 역대 대선처럼 조기 대선도 중도층 표심에 승패가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야에 쏠리지 않는 중도층은 ‘먹고사니즘’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당이 민생행보에 집중하는 이유다.

문제는 여당의 민생행보가 중도층에게 진정성 있게 비칠지 여부다. 여당은 민생행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 탄핵 저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탄핵 표결에서 다수가 반대표를 던진 여당은 이후 윤 대통령 수사·기소 과정에서 공수처와 경찰, 법원, 헌법재판소 등 주요 국가기관에게 공세를 퍼붓고 있다. 어떻게든 탄핵 인용만큼은 막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중도층 생각은 다르다. 3일 공개된 세계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1월 31일~2월 1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을 묻자 ‘탄핵 찬성’ 61%, ‘탄핵 반대’ 36%였다. 중도층에서는 ‘탄핵 찬성’이 7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탄핵 반대’는 24%에 그쳤다. 여당이 아무리 민생행보에 힘을 실어도 중도층이 쉽사리 공감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같은 조사에서 중도층은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답이 58%였다.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31%에 그쳤다. 가뜩이나 여당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중도층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선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인사는 2일 “언제까지 (여당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며 아스팔트 보수처럼 행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선을 치르려면 윤 대통령의 잘잘못을 엄중히 따져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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