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미국채 발행전략 변경 가능성 우려

2025-02-03 13:00:23 게재

베센트 재무, 단기물→장기물 전환 선호

투자자들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 압박”

미국 트럼프정부 재무팀이 미국채 발행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예상에 월가 채권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각)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2023년 말부터 만기 1년 이하의 단기국채 발행 비중을 늘렸다. 당시 미국체 전체 물량 중 단기물 비중은 15%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엔 약 22%로 상승했다.

트럼프 2기 정부 핵심 경제인사들은 그같은 전략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경제를 부양하긴 하지만 위험한 전략이라는 인식이다. 미 재무부장관 스캇 베센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스티븐 미란이 대표적 인물이다.

베센트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10일 WSJ 칼럼에서 “재무부가 국채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1조달러 이상을 빌리면서 역사적 기준에 비해 비싼 단기국채를 활용하고 있다”며 “국채 단기물을 장기물로 대체하는, 보다 정통적인 방식으로 발행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가는 단기국채 비중 확대가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좀체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계속 늘어나는 연방정부 적자로 국채시장이 위태로웠기 때문.

투자자들은 베센트 재무장관이 장기국채 발행물량 확대로 전환하게 되면 이미 높은 수준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채 10년물은 경제 전반의 대출금리를 좌우하는 핵심 벤치마크다. 단기국채 발행물량은 일반적으로 미국채 10년물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RBC캐피털마켓츠의 미국금리전략 헤드인 블레이크 그윈은 “트럼프 경제팀의 견해는 재무부가 듀레이션(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이 긴 국채를 발행하고 단기물을 줄이는 정책을 고수했어야 했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미국채 금리에는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가 당장 장단기 물량을 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가이던스에서 “향후 몇분기 내 장기물 국채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자들은 올해 하반기 재무부 가이던스가 바뀔지 주시하고 있다.

미의회 예산국(CBO)은 최근 2025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조9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국채는 일반적으로 현금처럼 안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로서는 낮은 비용의 자금조달원이라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 수요가 무제한일 수는 없다. 미 재무부는 역사적으로 경제확장 시기엔 단기물 발행 비중을 줄였다. 침체시기 확대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해서다.

경기침체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단기물 비중이 오르락내리락한다. 2000년대 들어 단기물 비중은 20%를 넘었다. 그러다 2010년대 15% 아래로 하락했다. 장기물 금리가 역사상 저점으로 하락하면서다.

민간기구인 ‘미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는 2020년 “경기침체가 아닌 상황에서 단기물의 이상적인 비중은 15~20% 수준”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미 재무부는 단기국채 비중을 늘려왔다.

은행들 입장은 엇갈린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베센트 재무장관이 재정압박에 결국 단기물 비중을 최대 25%까지 용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미 재무부가 11월 중장기 국채 물량을 늘려 2026년 말이면 단기물 비중이 20%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