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 국제무역질서 격랑 속으로

2025-02-03 00:00:00 게재

중국·캐나다·멕시코·EU 등 강력 반발

WTO 제소 및 보복 관세 잇따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국제 무역질서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및 보복관세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고 강행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충격에 3일 코스피는 하락 출발했다. 이날 코스피는 48.63p(1.93%) 내린 2,468.74로 개장했다. 코스닥은 10.03p(1.38%) 내린 718.26, 원/달러 환율은 13.3원 오른 1,466.0원으로 시작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각각 4일부터 부과키로 했다.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反制)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역시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WTO 제소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른 구제 조치도 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조치는 국제 무역 규범을 위반한 명백한 사례”라며 “우리는 미국과 맺은 협정에 따라 우리가 가진 모든 구제 방안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정부도 즉각 반발하며 3일 대응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처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멕시코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의 관세 조치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EU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시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며, 불필요한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관세 정책은 무역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며 EU 차원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노르웨이 외무장관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타깃으로 EU를 지목할 가능성이 높다”며 “노르웨이는 트럼프 정부의 복귀에 대비해 수년간 대응 전략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캐나다를 겨냥해 “우리는 캐나다에 수천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단행한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질 뿐 아니라 글로벌 무역 환경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간의 USMCA 무역협정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미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며, EU까지 강경 대응을 선언한 만큼 트럼프의 이번 관세 조치는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뉴욕타임스는 “소프트 파워의 시대가 가고 하드 파워가 돌아왔다”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가 현금인출기(머니머신)라고 평가한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경고음이 점점 더 커지는 이유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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