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단타놀이터 IPO 시장, 이대론 안된다
올해 1월 상장한 기업 4곳의 공모가 대비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평균 주가 수익률은 ‘-12.8%’로 나타났다. 상장 첫날 유통 가능 물량이 모두 사라지면서 이후 종가는 연일 시초가 대비 하락해 수익률은 ‘-22.4%’를 기록했다.
지난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 62.5%도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상장 공모주의 83.9%인 52개 종목이 상장일에는 강세를 보였단 점을 고려하면 장기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손실을 입은 셈이다. 기업가치를 보는 투자가 아닌 단기차익만을 노린 투자자들의 놀이터가 된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모습이다.
문제는 중장기 투자자 역할을 해야 할 기관투자자들까지 배정받은 공모주를 상장 직후에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단타성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장한 77개 종목 가운데 74개 종목(약 96%)에서 상장 당일 기관은 순매도를 보였다. 무늬만 기관인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수요예측부터 끼기 시작한 공모주 가격 거품이 일반 청약 기간 더 커지다가 상장 당일 시초가에 팔아버리면서 그 거품은 급격히 빠져버렸다.
공모가 적절성 논란은 올해 초에도 여전히 이어졌다. 상장 후보 기업과 상장 주관 증권사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기업가치를 부풀린다는 의심이 팽배하다. 희망공모가가 적정한지 일반공모 전에 먼저 검증해야 할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도 투기장으로 변했다. 서로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겠다고 값을 올려 써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단기차익 목적의 과열된 투자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달 21일 IPO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된 개선 방향은 ①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를 확대하고 ②수요예측 참여 자격을 강화하고 ③주관사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 도입, 소규모 사모운용사 및 투자일임사의 수요예측 참여 제한, 코너스톤투자자의 사전수요예측 도입 지속 추진 등이 있다.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차익 목적의 과열된 투자 분위기를 진정시킨다는 측면에서 일단 기대했다.
다만 이번에도 땜질식 처방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개인투자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거의 매년 IPO 제도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번번이 당시 드러난 문제만을 땜질하듯이 규제로 해결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IPO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기관투자자들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 지원책의 마련도 중요하다. 이번엔 IPO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전체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김영숙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