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잠재 소비권력 GG(55~77세) 공략 시동
감성나이로 구매…10년 어리게 팔아야
일상속 노화관리에 과시·투자소비 성향 … MZ와 차별화한 제품 속속 등장
유통가가 GG(Grand Generation) 공략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GG란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후에도 왕성한 경제·사회·여가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1950년부터 1971년생까지 시니어를 의미한다.
소비시장을 현잰 MZ(밀레니얼+Z, 1980년~2000년 초반 출생)세대가 쥐락펴락하고 있지만 잠재소비권력인 G세대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블루오션의 등장 초기란 의미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GG마켓 공략 보고서’에 따르면 시니어시장 양끝은 부유층과 경제력이 낮은층으로 양극화했지만 크게보면 일반적인 시니어시장으로써 개척 여지는 크다.
보고서는 GG 특성을 신체 나이보다 ‘감성 나이’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스스로를 시니어로 인지하지 않고 생물학적 신체나이보다 10년 이상 젊은 감성나이로 생활하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GG를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할 경우 대상 고객군보다 연령을 낮춘 감성나이를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10년 쯤 어린나이로 보고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같은맥락에서 GG는 젊게 보이기 위해 건강관리와 외모 가꾸기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노화를 받아들이되 속도를 늦추자는 슬로우에이징을 넘어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나이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미를 좇는 프로에이징 화장품을 선호한다.
보고서는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 이너뷰티시장은 2025년 2조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으며 건기식 케어푸드 메디푸드 등 개인 맞춤형 식단과 보조식품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GG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프리미엄 체험 설계도 필요하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찾아오면 상대적 가치를 주는 상품과 서비스 중심 상향소비를 추구하게 된다”며 “GG는 자신을 위한 과시·투자적 소비성향을 보이고 여행과 새로운 경험 추구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은 자동차, 프리미엄 가전, 명품 등 고가 내구재 소비에 과감한 편이다. 백화점에선 이미 중요한 고객이다.
중고차업계도 GG 고객이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 구매 데이터에 따르면 60대 이상 구매자 비중은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중고차 시장의 핵심 구매층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케이카 측은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2030세대를 대신해 인구 규모가 커진 중장년층이 은퇴 후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면서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중장년층은 온라인 구매 환경에도 익숙해 온라인 중고차 구매에도 거부감이 적고 실용적 목적의 차량 구매 경향도 강해 중고차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G는 또 가족외에 친구 이웃과의 관계 등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제3의 공간에서 같이 배우고 어울리는 사회적 나이듦에 대한 욕구가 크다.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통해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충성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실제 55세 이상 이용 미국 커뮤니티 플랫폼인 행크(Hank)는 온라인상에서 연결과 취향을 찾고 만남과 우정을 키우는 시니어들 ‘온라인 놀이터’로 주목받고 있다.
노은정 동국대 교수는 “기대수명 증가로 20~30년 이상 혼자 오래 사는 1인가구 패턴이 일반화되면 소비방식과 삶의 패턴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시니어 마켓이 향후 큰 소비집단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MZ세대 일변도의 고객군 수정이 요구되며 GG의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과 소비를 앞서 제시하는 기업이 시장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G시장 공략을 위한 유통가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독일 친환경 정수기 브랜드 브리타는 ‘주마가편’식 마케팅에 나섰다. 최근들어 60대 이상에서 자발적 구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브리타 측은 “2023년 대비 2024년 60대 고객 정수기 구매 비중이 전 연령 중 가장 큰폭인 16%나 증가했다”면서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다각적인 마케팅과 판촉활동을 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GC인삼공사는 일찌감치 시니어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GG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정관장 ‘장수:율’은 장수진액 신제품을 내놓고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70세 이후 급격하게 건강 이슈가 발생하는 시니어 뿐아니라 사회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까지 공략하고 있다.
정관장 측은 “장수:율 장수진액은 복령 맥문동 지황 숙지황 진피 황정 등을 배합한 시니어 맞춤 특허조성물을 적용해 몸에 필요한 활력의 깊이를 더한 점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본아이에프는 ‘본흑염소능이삼계탕’ 1호점을 최근 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보양식 대중화가 목표지만 일단 시니어 소비자부터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시적이지만 시니어 전용 제품도 잇따르고 있다.
hy는 설을 앞두고 녹용을 유산균으로 발효한 ‘발휘 발효녹용정’ 선물세트를 한정 판매했다.
정식품은 영양 성분을 강화한 프리미엄 두유 선물세트를 내놨다. 식물성 단백질 12g을 함유한 ‘베지밀 고단백 두유 검은콩’, 칼슘과 인을 적정 비율로 설계해 칼슘의 흡수율을 높인 ‘베지밀 검은콩 두유 고칼슘’, 칼슘, 비타민D, 오메가3 지방산 등의 성분을 강화한 ‘베지밀 5060 시니어 두유’로 구성했다.
한편 NS홈쇼핑은 시니어 고객 응대를 강화하고 있다. 50~60대가 주고객층이기도 하지만 GG세대 유입을 늘리기 위한 포석이다.
NS홈쇼핑은 시니어 고객 상담 서비스를 위해 전담 상담사를 배치하고 시니어 고객의 불편사항을 수렴해 60세 이상 느린말 ARS 제공, 가독성을 높인 보이는 ARS 제공, 상담사 대기 지연 시 전화번호를 남기면 상품주문 콜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불만해결 사업자협의회 우수사업자’표창까지 받았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