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37% “작년보다 경영 악화”
한국무역협회 1010개사 조사 …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위기감 커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37%는 “올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세계 통상·무역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관세전쟁 및 보호무역주의가 확대하고 환율이 급변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023년 수출 실적이 50만달러 이상인 회원사 20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5일~12월 9일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 설문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1010개사가 응답해 회수율은 50.5%였다.
무역협회는 조사결과를 담은 ‘2025년 수출기업의 경영 환경 전망’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응답 기업의 48.6%는 ‘올해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37.3%는 ‘전년대비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고, 14.2%는 ‘개선될 것’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기업규모별로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의 경우 △대기업 45.3% △중견기업 32.1% △중소기업 38.4%로 나타났다.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대기업들 위기감이 중소기업보다 더 컸다.
품목별로는 수주 물량 증가로 선박 분야에서 경영 환경 및 투자 활동 개선에 대한 기대가 37.5%로 가장 높았다.
반면 중국발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로 △화학공업 제품(50.7%)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47.0%) △무선통신기기·부품(34.6%) 등 분야에서는 경영 환경 악화와 함께 국내외 투자 위축 우려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신행정부의 보편관세가 도입될 경우에도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응답 기업의 55.5%는 ‘보편관세 부과 후에도 대미 수출은 전년과 유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보편관세는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부과되기 때문에 수출 기업들이 ‘같은 환경 속에서의 경쟁’으로 받아들였다고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관세 영향에도 대미 수출 증가가 예상되는 산업군으로는 선박, 통신, 미용기기 및 화장품 등이 꼽혔다.
수출 기업들은 대미 통상환경 변화 대응책으로 ‘대체 시장 발굴’(27.3%) ‘원가 절감’(25.6%) 등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현지 생산 확대’는 4.1%에 그쳤다.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정책으로는 ‘환율 안정’(28.1%)을 꼽았다. 이어 ‘물류 지원’(15.7%) ‘신규시장 개척’(14.3%), ‘세제지원’(13.8%) 순이었다.
최근 환율 상승세가 수출 기업들에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무역협회는 설명했다.
허슬비 무역협회 연구원은 “최근 환율 변동 폭이 커 자금운용에 대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물류비 역시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예측이 힘들어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