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수주 ‘처방전’ 중동발주 열리나

2025-02-04 13:00:17 게재

삼성E&A 2조5천억원 수주, 올해 중동시장 11% 확대 … 미수금 등 분쟁 해결책 필요

침체된 국내 부동산 시장으로 건설산업이 위축된 가운데 올해 중동 발주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지역 발주물량의 경우 공사비 지급이 지연되면서 국내 건설사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정부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삼성E&A는 UAE 국영석유기업 아드녹(ADNOC)과 ‘UAE 메탄올 프로젝트’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UAE 루와이스 산업단지 타지즈(TA‘ZIZ) 공단에 건설되는 이번 플랜트는 하루 5000톤 규모 메탄올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계약 금액은 약 2조4788억원(약 17억600만달러)이며 계약 기간은 44개월이다.

삼성E&A는 최근 성공적으로 수행한 말레이시아 메탄올 프로젝트의 경험 자산과 모듈화, 자동화 등 혁신기술과 차별화된 수행체계를 이번 프로젝트에 적극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E&A 관계자는 “메탄올 프로젝트 성공경험과 차별화된 기술력에 대한 발주처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라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UAE 국가 경제 다각화에 기여하고 중동 지역에서의 입지도 공고히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대형 수주를 성공시킨 삼성E&A를 시작으로 국내 건설사의 수주 활동이 중동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IHS Markit에 따르면 올해 세계 건설시장은 전년 대비 6.4% 성장한 약 15조6000만달러로 전망된다. 특히 중동·아프리카·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은 전년 대비 11.8%, 아프리카는 9.9%, 아시아는 7.1%, 유럽은 7.0%, 북미는 3.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은 371억달러에 달했다. 전년대비 11.4% 증가한 액수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이 185억달러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중동 국가들은 그만큼 국내 건설사의 먹거리 역할을 해왔지만 공사비 지급 지연 등 각종 위험성도 노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2023년 3년간 해외건설 미수금은 총 39억1862만달러(약 5조4061억원)에 달한다. 해외건설 미수금은 2021년 11억9972만 달러에서 2022년 13억5580만 달러, 지난해 13억 6310만달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수금 사업장이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GS건설 등은 2014년 수주하고 2023년 준공까지 마쳤지만 아직 4021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해외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한 곳은 분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건설사가 청구를 해도 받지 못한 미수금과 발주처에 아직 지급을 청구하지 않은 미청구공사비 때문이다. 경기가 악화되거나 중동지역의 경우 석유가격 변동에 따라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고, 발주처와 공사비나 공기, 자재 관련 이견에 따른 부분도 있다. 이로 인해 대금 지급이 늦어질 경우 건설사 손실이 늘어나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국회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토교통부에 해외건설 공사비 미수금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해외건설 관련 미수금 증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가 건설사의 해외사업 수주 관련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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