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에 일본도 긴장…완성차 업체 주가 폭락
미국·멕시코 등 현지생산, 도요타·혼다 5% 이상 하락
이시바, 7일 정상회담서 ‘대미 투자 1위’ 강조로 설득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침없는 관세폭탄에 일본 기업도 긴장하고 있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관세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과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3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 평균지수는 3만8520.09로 마감해 전장 대비 2.66%(1052.40) 급락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의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도요타자동차(5.0%)와 혼다자동차(7.2%) 등 북미시장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고, 판매 의존도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특히 캐나다에 전기자동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혼다는 7%대 하락했다. 멕시코 현지공장 생산비중이 큰 마츠다자동차도 7.5% 하락했다. 닛산자동차도 이날 장중 한때 10% 이상 하락하는 등 큰폭으로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전날 주가가 하락한 기업의 공통점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으로 자동차 기업이 다수”라며 “각 사는 제조비용을 낮추기 위해 미국에 인접해 있고, 인건비가 싼 멕시코에서 생산을 늘려왔다”고 분석했다.
중국시장 매출 비중이 큰 기업도 주가가 폭락했다. 통신장비 등에 사용하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소시오넥스트는 15.8% 폭락했고, 아이폰용 고성능 전지를 생산해 판매하는 TDK도 8.9% 하락했다. 미국 시장내 수요가 감소하고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마츠(6.1%)와 스미토모임업(4.0%) 등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다만 도쿄증시는 4일 오전 미국의 대멕시코 및 캐나다 관세 시행이 1개월 연기됐다는 소식과 함께 상승 출발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기준 3만9100.55로 전날 대비 1.51% 상승 거래됐다. 도요타도 이날 오전 장중 전날보다 3% 안팎 오른 수준에서 거래됐다.
일본 정부는 오는 7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폭탄의 창끝을 비켜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일과 2일 잇따라 총리 관저에서 관계 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상회담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시바 총리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어려운 얘기를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4일 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적으로 일본의 대미국 공헌을 강조하고, 외교안보상 역할도 적극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이 세계 최대의 대미 직접투자 국가임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이시바 총리는 3일 국회 예산위원회에서도 “최근 5년간 일본의 미국에 대한 투자액은 세계 1위”라고 말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일본의 대미 직접투자 잔액은 7833억달러로 2019년 이후 5년 연속 전세계 1위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 직접 투자한 국가 가운데 일본은 14.5%를 차지해 캐나다(13.9%)와 독일(12.2%) 등을 웃돈다. 일본 기업의 이러한 대미 직접투자에 힘입어 미국 본토에서 100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협상카드로 활용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정부 안에서는 이러한 일본측 접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놓고 우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사히신문은 4일 “이번 정상회담 최대의 과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일 압박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지 여부”라며 “대책회의에서는 미일관계에서 무역이 갖는 양국의 이익,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것에 대비한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시바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증액과 관련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으로 증액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동맹에서 일본의 역할분담과 부담을 늘려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다각적인 접촉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순 고 아베 전 총리 부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사저에서 만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