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의 힘’에 ‘탄소중립’을 불어넣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일찍이 백범 김 구 선생은 대한민국이 문화의 힘이 강한 나라가 되길 염원했다.
그 덕분인지 대장금 BTS 기생충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김치 등으로 대표되는 K-한류문화는 드라마 영화 음악 미용 음식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전세계에 그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백범선생은 지금 흐뭇하게 웃음 짓고 있을 것 같다.
'오늘의 화석상' 1위 국가는 한국
하지만 남에게 행복을 주는 나라가 아닌 먹칠을 하는 심각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 국가 중 13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진행 중 발표된 ‘오늘의 화석상’ 1위 국가가 한국이었다. ‘오늘의 화석상’은 기후변화대응에 부정적인 나라에 수여하는 매우 불명예스러운 상이다. 2023년에 3위였는데 2024년에는 1위가 된 것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2030년쯤에 세계 10대 경제대국 중 한국이 1인당 이산화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원인은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높은 석탄발전 의존도, 낮은 재생에너지 비율, 미흡한 감축 목표(NDC) 등인데 모두 쉽게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그렇다면 문화적 관점에서 참여의 힘을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23년 9월 서울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에서는 국내 최초로 공연에 대한 탄소배출량 측정이 이루어졌다. 이틀 동안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이동수단과 이동거리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공연 전반에 걸쳐 발생한 직간접적 탄소배출량을 조사했다. 관객들이 직접 조사에 참여했고 해당 소속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이 내용을 담아 발표했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가수와 그룹의 콘서트에 세계 팬들이 이를 보러 오기에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고 이를 스스로 줄이는 상쇄 범위는 ‘전세계’가 된다. 이같은 시도는 국내 연예기획사와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등이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고 늘어나는 추세다.
전세계 케이팝 팬들이 만든 ‘케이팝포플래닛’ 프로그램은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으로 나무숲을 조성하고,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하라고 연예기획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개인’들이 ‘많이 참여’하면 ‘변화’가 일어난다. 유명가수와 연예인의 공연뿐 아니라 크고 작은 일상의 다양한 행사에 대해서도 ‘탄소중립행사’가 추진돼야 한다.
탄소중립행사 기획, 참여하는 첫해 되길
한국전과정평가학회는 지난해 6월과 12월에 개최된 하계 및 동계 학술발표회를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인 탄소중립행사로 치렀다. 학회는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이동수단과 거리, 건물의 전기와 수도사용량 식음료 숙박 폐기물 등 탄소배출 요인을 고려해 행사 모든 과정의 탄소발자국을 국제표준규격에 따라 산정하고, 산림청의 산림탄소흡수량을 구매해 탄소중립행사를 달성한 것이다.
탄소상쇄는 자기가 만든 ‘탄소발자국’을 지우는 행위다. 탄소중립행사 참여를 통해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작지만 큰 실천을 할 수 있다. 한국전과정평가학회는 앞으로도 ‘탄소중립행사’ 추진을 희망하는 기업과 기관,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지원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2025년 푸른 뱀의 해, 우리 모두 탄소중립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하는 첫해가 되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