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송의 미국 톺아보기

미국 중간선거의 숨은 변수 ‘선거구 지도 전쟁 ’

2026-05-26 13:00:02 게재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오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백악관으로 향한다. 중간선거의 첫 번째 관심은 늘 백악관의 힘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리면 공화당의 하원의석도 흔들린다. 트럼프의 영향력이 공화당의 선거전략을 좌우한다.

2026년에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호르무즈 해협 위기, 유가상승 등의 외교·안보변수가 더해졌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협상 진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을 강조하며, 현재 상황을 자신의 위기관리 능력이 드러나는 무대로 만들려고 한다. 결국 외교도, 에너지도, 전쟁 위기관리도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포석의 일부인 셈이다.

워싱턴 권력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전장

그런데 이번 중간선거에는 익숙한 선거 쟁점 뒤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전장이 있다. 바로 선거구 획정 문제다. 유권자의 표심이 어느 후보를 향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표심이 어떤 선거구 안에서 계산되는지도 하원의석의 구성을 바꿀 수 있다. 미국 하원은 각 지역구에서 최다득표 후보에게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즉, 선거구 경계는 권력을 배분하는 계산방식이다.

미국정치에서 선거구의 경계를 특정 정당이나 집단에 유리하도록 설계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은 대표적으로 두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상대 정당 지지자들을 한 선거구에 몰아넣는 ‘패킹(packing)’이다. 상대 정당은 해당 지역에서 다수의 표를 얻게 되지만 그만큼 다른 지역에서는 의석 경쟁력이 약해진다.

다른 하나는 특정 집단의 유권자를 여러 선거구로 흩어 놓는 ‘크래킹(cracking)’이다. 이 경우 해당 집단의 표는 여러 곳에 존재하지만 의석으로 연결될 만큼 집중되지 못한다. 이렇게 지도 위로 그어진 선은 표를 계산하는 방식뿐 아니라 어떤 표가 더 큰 정치적 힘을 갖게 될지도 함께 결정한다.

2026년에 이 문제가 더 중요해진 이유는 하원 다수당 지위가 몇몇 지역구의 결과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은 435석이고, 다수당 지위는 통상 218석을 넘기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하원은 공화당 217석, 민주당 212석, 무소속 1석으로 구성되어 있고, 5석은 비어 있다. 공화당 성향 무소속까지 포함해도 우위는 아슬아슬하다. 몇몇 지역구의 결과만 바뀌면 하원의 주인은 달라질 수 있다.

다수당은 의장 선출, 위원회 구성, 예산 심사, 청문회 일정, 대외정책 감독권을 쥔다. 선거구 재획정으로 몇석이 움직이면 워싱턴의 권력배분도 함께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2026년을 앞두고 선거구 논쟁의 성격을 바꾸는 변수가 나타났다. 미국 선거구는 보통 10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조사 이후 다시 조정된다. 그러나 최근 여러 주에서는 다음 인구조사를 기다리지 않고 선거구 지도를 다시 손보려고 한다. 이러한 중간 재획정은 선거구 조정을 정당 간 권력경쟁의 도구로 바꾼다. 선거구를 다시 그리는 순간 하원 다수당 경쟁도 새로운 셈법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법원 보수화가 만든 새로운 지형

선거구 획정이 문제라면 법원이 막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미국의 게리맨더링 논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 논쟁은 선거구의 불공정성 논란에서 곧바로 법원의 권한문제로 이어진다. 그래서 법원의 개입권한과 심사기준이 쟁점이 된다.

2019년 연방대법원은 당파적 게리맨더링에 대한 연방법원의 개입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특정 정당에 유리한 선거구 설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정당 편향의 정도를 헌법 위반으로 판정할 명확한 잣대를 연방법원이 마련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 뒤 미국의 선거구 전쟁은 연방법원에서 주 법원과 주 헌법으로 상당 부분 이동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위스콘신 뉴욕 유타 등의 주에서 법원이 중요한 전장이 된 이유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법원 구성 변화에 따라 선거구 지도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노스캐롤라이나주 대법원은 공화당에 유리하게 그어진 하원 지도를 주 헌법 위반으로 판결했다. 그런데 2023년 이 대법원은 기존 결론을 뒤집고 당파적 선거구 조정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쪽으로 돌아서 버렸다. 이후 2025년에는 선거구 소송을 맡은 연방 법원 3인 재판부가 공화당 친화적인 새로운 지도의 사용을 허용하면서 이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공화당 의석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

오하이오 역시 2026년 하원 다수당 계산에서 중요한 주로 거론되고 있다. 2022년 오하이오주 대법원은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획정을 여러 차례 무효화했다. 하지만 2025년 새로운 선거구 지도가 채택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정치분석가들은 새 지도가 공화당에 안전한 지역구를 늘리고 일부 경합 지역구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고 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종 대표성 문제에서는 여전히 연방대법원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남부의 여러 주에서는 흑인 유권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선거구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그들의 대표 선출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투표권법은 소수인종 유권자의 표가 선거구 안에서 흩어져 힘을 잃는 상황을 막아 왔다.

그러나 최근 연방대법원은 소수인종 투표권 보호에 더 높은 법적 문턱을 세우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2026년 선거구 논쟁의 가장 민감한 균열이 드러났다. 루이지애나의 기존 연방하원 지도에는 흑인 다수 선거구가 하나뿐이었다. 흑인 주민이 주 전체 인구의 약 1/3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흑인 유권자의 표가 의석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흑인 다수 선거구에 더해, 두번째 흑인 다수 선거구가 만들어졌다. 투표권법의 관점에서는 소수인종 표의 힘을 보호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2026년 4월 이 지도를 위헌적 게리맨더링으로 판결했다. 흑인 대표성 보호라는 취지에도 선거구 설계 과정에서 인종기준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이유였다. 이어 2026년 5월 앨라배마 사건도 새로운 기준에 맞춰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고, 이 논쟁은 남부 여러 주로 퍼질 여지를 남겼다. 결국 2026년의 선거구 전쟁은 법원의 권한, 투표권법의 범위, 인종 대표성, 하원 다수당 계산이 한꺼번에 맞물리는 문제로 커지고 있다.

유권자 71% “선거구 의도적 조정 안돼”

정치권과 법원의 언어는 복잡하지만, 유권자의 판단은 훨씬 단순하다. 정치인이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직접 그리는 일에 대해 미국 시민 다수는 어느 정당이 이익을 얻는지와 별개로 강한 불신을 드러낸다. 지난 4월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의 조사에서 미국인의 71%는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연방하원 선거구를 의도적으로 그려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허용해도 된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늘 그렇듯 여론이 제도개혁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구 획정의 주체와 기준, 법원의 개입 범위는 각 주의 헌법, 주의회 구성, 주 법원의 성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여론조사 수치의 의미는 분명하다. 많은 미국 유권자는 선거구 조정을 대표성의 문제로 본다.

이렇게 2026년 미국 중간선거 예측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선거 직전에 어느 주가 지도를 다시 그리는지, 어느 법원이 그 지도를 허용하는지, 그 결과 누구의 표가 더 강한 의석으로 바뀌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선거 결과는 투표함에서 나오지만 그 결과가 만들어지는 길은 지도와 법원에서 먼저 정해진다.

우리가 이 지도를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거구 획정으로 달라진 몇몇 의석의 차이가 예산과 청문회, 동맹정책과 산업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주한미군, 인도태평양 전략,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관세와 공급망 문제는 모두 의회의 권한과 연결되어 있다. 지도 위의 선 하나가 워싱턴의 권력구도를 흔들고, 그 변화가 한국의 안보와 산업환경에 닿을 수 있다.

김찬송 서강대 BK21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