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경민 극동건설 대표
“너도나도 하이엔드, 주택시장 왜곡”
실속있는 저가 아파트 필요, 주거문화 MZ가 주도할 것 … 분양가 20% 낮출 수 있다
최근 서울 전역이 ‘하이엔드 아파트 열풍’에 빠졌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후 지금 왠만한 수도권 주택정비사업지에서 모두 ‘하이엔드’를 원하고 있다.
‘하이엔드’ 아파트는 건설사별로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어 고급 자재와 내장시설, 공동시설을 설치하고 고가의 디자인으로 아파트 외관을 꾸민 곳을 말한다. 일반 아파트보다 건축비가 10% 이상 많이 투입된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필요성은 크지 않다. 극한의 상황에서 요구되는 샤시 등을 브랜드만 보고 고가에 들여오지만 실용성은 떨어진다. 수영장과 영화관 같은 시설이 굳이 아파트단지 내부에 있을 필요도 없다.
강경민 극동건설 대표는 “하이엔드 열풍은 극히 일부지역으로만 압축되면서 역설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 극소수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주거지역에서는 젊은층(MZ세대)의 실용주의가 주거문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온 말이다.
강 대표는 “모두 다 고급화를 외치며 달려가고 있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에 가성비 좋은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층이 많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책정된 시설(커뮤니티)을 걷어내고 소비자가 꼭 필요한 요소만 담아내는 아파트가 주택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1일 극동건설 사옥에서 만난 강 대표는 “이것이 주택가격은 안정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택은 더 이상 매력적 투자처 아니다” = 강 대표는 대형 건설사(현대산업개발)에서 20년 이상 영업을 해온 건설영업맨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효율성을 가장 중요한 주거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공급할 주택에는 주거효율적 공간만 있고 부수적인 시설은 제외시킬 계획이다. 강 대표는 이를 통해 주택가격 안정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현재의 집값은 왜곡돼 있다고 진단했다. 강 대표는 “지금의 주택시장은 마치 골동품시장처럼 지나치게 가격이 올라 거래도 왜곡되고 있다”며 “집을 사고파는 것이 자연스럽게 활발해지려면 투기수요를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아파트는 사는 곳이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정부가 일관되게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사들은 정부 정책 흐름을 보고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대표는 “정부 정책이 일관되게 이어질 것이라 판단되면 투기수요와 같은 가수요는 사라질 것”이라며 “돈을 벌고 싶으면 주식시장으로 가고 주택시장은 보유세나 양도세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님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여서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경우 주택시장의 투기 수요는 어느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집은 투자가치 아닌 사용가치” = 강 대표는 주택은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복잡한 내부 구조와 이에 맞게 설치된 가전제품들은 초기 분양가만 상승시키고 10년 후에는 처리곤란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 대표는 주택도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해 분양하고 나머지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건설기술 발전으로 이같은 공간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분양가를 2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강 대표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젊은층(MZ)의 소비경향이 앞으로는 주류를 이룰 것”이라며 “브랜드를 앞세워 모두를 만족하는 아파트를 만들기보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특색 있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올해초 극동건설 대표를 맡았다. 그가 구상한 주택의 본질 회복은 극동건설이 보유한 미분양주택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계획이다.
극동건설은 내년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강 대표는 이에 맞춰 극동건설의 변화된 공급망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10대 건설사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