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개의 ‘2국가론’, 모두 정답 아니다
2개의 ‘2국가론’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전쟁중인 교전국이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지난 3월 개정된 북한의 새 헌법은 ‘적대국’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남북이 “별개의 나라”라고 공식화하고 “대한민국과 접경한다”는 문구를 포함한 영토조항을 신설했다. 2국가론을 법제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남한에서는 통일부가 5월 18일 발간한 통일백서에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남한의 2국가론이 결국 통일을 포기하거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근거가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보수진영의 비판은 2국가론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함으로써 헌법의 영토조항과 통일조항을 위반하고 결국 북한의 입장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남북 기본합의서의 ‘특수관계’가 정답
우리는 30년도 넘은 과거에 남북관계의 성격규정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1992년 2월 19일 발효한 ‘기본합의서’에 남과 북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했다. ‘2국가론’을 명확히 부정하면서 통일지향성을 긍정하는 ‘특수관계론’이다.
이 ‘모범답안’을 두고 북한이 기본합의서를 폐기하고 2국가론을 제시했다고 남한도 따라 자신의 버전을 만들 이유도 필요도 실익도 없다. 어떠한 수식어를 붙이든 남북관계가 국가간의 관계라고 표현하는 순간 근본적인 모순이 생기고 비판과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특수관계’라는 명제는 간단명료하면서 함축적이다. 기본합의서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관성, 북한에 휘둘리지 않는 독자성, ‘사실상의 국가관계’ 측면까지 포함하는 포괄성, 평화통일 지향성 등을 내포한다.
통일백서에 제시된 2국가론은 ‘국가’라는 단어 자체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표현도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전환되어 계속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지, 전환되고 나서 궁극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말꼬리 잡기보다는 일단 통일부나 정부의 평화에 대한 의지를 이해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본문에 제시된 평화공존 정책을 어떻게 ‘실천’할지 지켜볼 일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 자신을 ‘전략국가’로 자임했다. 아마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 대해 억제하고 ‘맞장 뜰 수 있게 되었다’고 믿기에 그러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북한의 실제 군사전략은 전쟁의 억제를 위주로 하고 도발에 대한 철저한 응징적 대응을 병행하는 ‘방어적’ 성격을 보인다. 이는 재래식 전력에서 남한이 세계 5위권이지만 북한은 30위 이하로 평가받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휴전선 일대를 방어용 방벽으로 막는 행동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미국이든 남한이든 북한을 침공하거나 도발하지 않으면 북한도 전쟁이든 적화통일이든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화의 실현에 관해서 북한보다는 남한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고 그에 따른 책임도 커졌다. 구체적인 실천전략들을 생각해 보자. 우선 우리도 당분간 일체의 대화나 교류 관련 정부차원의 대북 제안이나 제3국 중재 요청을 중지하고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하는 ‘전략적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평화를 위한 조치들을 작은 것부터 ‘선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대북 적대정책’의 폐기를 공식 선언하고 전방부대의 후방이동(자동 감시체계의 고도화 병행), 연합훈련의 축소와 중단(한국군 단독훈련은 계속), 국방비의 동결과 감액(운영 효율화), 병력감축(정예화) 등의 행동으로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 평화의 주권적 관리 핵심
한국군의 완전한 작전통제권을 회복하고 유엔사의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것도 평화의 주권적 관리에 핵심적인 사안이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헌법의 영토조항이나 남한 체제하의 통일 조항 등도 개폐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게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