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돈 들인 우렁이 돈 주고 퇴치
연간 보급 40억, 퇴치 4억
친환경농법 악순환 골머리
전남도가 친환경농업 확대를 위해 우렁이 농법을 적극 권장했지만 과다 보급에 따른 월동 피해로 골치를 앓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10년 넘게 되풀이되는데도 아직까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5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해남 등 전남 10개 시·군에서 성장한 우렁이가 죽지 않고 월동해 모내기한 어린모를 갉아 먹는 피해가 발생했다. 연도별 피해 면적인 지난 2020년 660㏊에서 2023년 3㏊로 줄었다가 지난해 1593㏊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전남도 친환경 인증면적 2만1000㏊ 중 7.5% 면적에서 월동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는 2023년 12월과 2024년 1~2월이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한데다 비가 많이 내려 우렁이 서식환경이 좋아져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서식환경 변화와 함께 과다 보급도 피해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렁이 농법은 모내기 3~4일 이후 논 10a당 우렁이 600~1200마리를 넣어주면 잡초 95% 이상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지난 2012년 친환경농업을 적극 육성하면서 우렁이 농법을 집중 보급했다.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우렁이 보급에 지원한 예산은 최근 3년 동안 120억원 정도다. 2012년 이후 보급 예산을 모두 합하면 6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친환경농업 확대 명목으로 농약을 사용하는 일반 농가에도 우렁이를 공급했다.
이처럼 공급이 크게 늘면서 잡초를 갉아먹고 성장한 우렁이가 하천과 용·배수로 등으로 유출되거나 죽지 않고 월동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 개체수가 크게 늘어난 우렁이가 모내기 이후 어린모까지 갉아 먹는 피해가 잦아졌다.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이에 대응해 해마다 친환경 우렁이 퇴치약제 보급에 4억~5억원 정도를 지원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전남 함평에서 농사는 짓는 나 모 씨는 “농약을 사용하는 일반 농가에도 우렁이를 공급하는 과잉 보급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전남도의회도 지난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남도는 월동 피해가 되풀이되자 우렁이 집중 수거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성장한 우렁이가 겨울철 논에 물이 없거나 영하 이하의 날씨에 노출되면 죽는 특성을 이용해 월동작물 재배와 논 깊이갈이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전남도농업기술원과 함께 우렁이 월동 및 피해 조사 지침을 만들어 월동 실태와 유입경로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퇴치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김영석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월동 피해 예방은 겨울철 월동작물 재배와 논 깊이갈이를 통한 논 말리기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간척지와 저지대 농경지에서 벼를 재배하는 농가는 반드시 논 깊이갈이를 앞당겨줄 것”을 당부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