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구상에 전세계가 “어불성설” 비판

2025-02-06 13:00:03 게재

유럽 “강제이주 국제법 위반”

중동권 “가자는 팔인들의 땅”

중·러 “두 국가 해법 따라야”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킨 뒤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아랍권은 물론, 서방 동맹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국가들은 ‘두 국가 해법’과 국제법 위반을 내세우며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5일(현지시간) 이날 의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반대했다. 스타머 총리는 “그들은 재건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는 그 재건 과정에서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두 국가 해법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도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와 서안의 고향에서 살고 번영하는 걸 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으로 강제 이주 반대 방침을 밝히면서 “이는 국제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자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무부는 “프랑스는 역내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 ‘두 국가 해법’의 이행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면서 “제3국이 가자지구를 통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는 용납할 수 없고 국제법에 위배되며 새로운 고통과 증오를 불러올 것”이라며 “가자지구는 요르단강 서안이나 동예루살렘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인들 땅으로, 이 지역들은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기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물론 아랍·중동권의 반발도 거셌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트럼프 구상이 “충격적이며 국제법을 위반해 더 큰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가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토를 구성하고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두 국가 해법’의 실행을 촉구했다.

휴전중재국 중 하나인 이집트는 이날도 트럼프 구상에 반대하며 신속한 가자지구 재건을 촉구했다. 바드르 압델라티 외무장관은 카이로에서 무함마드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고 재건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은 성명을 통해 “유대인 정착 활동을 중단하고, 영토 병합 시도 및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강제로 이주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스(UAE) 외무부도 마찬가지 입장의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부정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수교를 고려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는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도 미국의 가자지구 인수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과 반대편에선 중국과 러시아도 트럼프 구상에 반대하며 두 국가 해법을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동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다.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도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항상 팔레스타인인의 팔레스타인 통치가 전후 가자지구 통치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해 왔다”면서 “가자 주민들의 강제 이송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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