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간 책 1000권 읽고 졸업한다

2025-02-06 13:00:07 게재

중랑구 어린이 ‘독서삼매경’ 지역사회 호응 커

전문가 협업해 맞춤 책 추천, 토론·사고 유도

“날이 추워서 갈 곳이 마땅치 않은데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아요. 학부모들끼리 모이면 아이들이 요즘 읽는 책에 대한 정보교환이 빠지지 않죠.”

서울 중랑구 묵동에 사는 40대 주민. 초등학교 4학년과 3학년이 되는 남매는 물론 또래 자녀를 둔 동네 이웃까지 최근 책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졌다. 학교에서 6년간 1000권을 기준으로 학년별 목표를 정해준 덕분이다.

중랑구가 민선 7기부터 미취학 어린이를 대상으로 책 1000권 읽기 사업을 추진, 우수 참여자를 시상하고 있는데 초등학교까지 열기가 확산됐다. 사진 중랑구 제공

6일 중랑구에 따르면 민선 7기 5~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한 ‘취학 전 1000권 읽기’가 초등학교까지 확산돼 학부모와 아이들 호응이 크다. 구에서 시동을 건 사업을 학교에서 확산시키면서 중랑구만의 문화로 정착해가는 중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책 1000권을 읽은 중랑구 아이들은 지난 2018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1만2444명에 달한다. 지난해 목표를 달성한 아이들은 한해 전인 2023년과 비교해 31% 늘었다. 초등학교는 지난 2021년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매년 참가자가 증가 추세다. 지난해 기준 지역 내 24개 학교 중 22곳에 재학 중인 1만2771명이 함께한다.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책 읽기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중랑구는 길잡이를 제작해 공유한다. ‘하루독서 내비게이션’이다. 6개 구립도서관에서 어린이 업무를 담당하는 사서와 초등학교 사서, 독서교육 전문가와 지역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특화된 도서목록이다. 구는 “연간 10회 정도 회의를 거치는데 실제로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면 좋을지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이 관심 가지면 좋을 만한 영역에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책과 관련 도서를 선정한다. 올해는 ‘봉사와 헌신’ ‘성장과 시작’ ‘편안함’ ‘환경’ 4개 주제로 다양한 책을 엄선했다. 이 가운데 ‘봉사와 헌신’ 분야에서는 저학년에 적합한 1단계 ‘주홍 조끼’부터 고학년을 위한 3단계 ‘표범이 말했다’ 등을 정했다. 연계해 읽으면 좋은 책 목록도 있다. 각각 ‘사람을 구한 이웃집 히어로(3단계)’ ‘공 좀 주워 주세요(1단계)’와 ‘오리의 뒷마당(2단계)’ ‘사자처럼 자신있게, 으르렁!(3단계)’이다. 각 단계는 학년별 혹은 개인별 문해 수준을 참고하라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중랑숲어린이도서관 대표사업 ‘초등독서토론단’에서 책을 읽고 토론했던 논제를 실어 학교나 가정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학부모들은 책 읽는 습관은 물론 어휘력 문해력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위에서 말한 묵동 학부모만 해도 “3학년부터 교과서에 글자가 많아지고 사회 과학 등을 배우는데 책 읽기 습관을 들이니 빨리 읽고 이해가 빠르다”고 말했다. 책에 흥미를 느끼는데 시간이 걸리는 아들을 위해 바쁜 직장생활에도 짬을 내 함께 읽기를 하는 이유다.

중랑구는 1000권 읽기 도전에 성공한 아이들을 시상하는 한편 묵동 중랑구립정보도서관 1층에 ‘명예의전당’을 마련해 독려하고 있다. 올해는 1000권 읽기 누리집을 개설해 독서 마라톤격인 ‘하루독서 챌린지’를 운영해 시상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즐겁게 책을 읽으며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독서물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며 “누구나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살아가는 환경 조성에 힘을 모으고 어린이가 폭넓게 경험하고 꿈을 키우는 교육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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