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이중과세’ 논란…뒤늦은 대책 논의에 투자자 ‘분통’

2025-02-06 13:00:16 게재

정부·업계 이중과세 막기 위한 시스템 준비

연금계좌 저율과세·과세이연 회복 어려울 듯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연금 계좌의 해외투자펀드가 ‘이중과세’ 논란에 휩싸였다. 해외 펀드에 투자한 연금계좌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이 변경되면서 해외에서 배당소득세를 낸 뒤 국내에서 연금 수령 시기에 연금소득세를 한 번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반발로 뒤늦게 후속 대책 논의에 들어간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업계는 연내 절세계좌 내 해외 배당수익의 이중과세를 막기 위한 시스템 개발을 마치기로 했다. 다만 연금 계좌 내 저율과세와 과세이연 회복은 연내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당수익률 감소 … 해외 ETF 투자 심리 위축 우려 =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021년 결정한 펀드 외국 납부 세액 공제 방식 개편이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펀드에 대한 선환급 후 원천징수 과세 절차가 사라졌다. 지금까지는 해외투자형 펀드가 현지에서 세금을 떼고 배당금을 받아오면 국세청이 이 세금을 펀드에 먼저 환급해 줬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환급해 주지 않고 투자자 배당금 지급 단계에서 원천징수를 한다.

이는 기존 국고에서 일부 외국 납세액을 일부 보전해 주던 문제를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개편됐다. 기존에는 국세청에서 선환급 후 투자자 단계에서 원천징수를 하는 방식이다 보니, 면세 법인 등에 대해 외국 납부 세액을 국고 차원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경우는 5%, 퇴직연금의 경우 9~11% 정도를 지원해주는 상황이 발생해 이를 시정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그 결과 개인 ISA와 연금계좌 등 절세계좌에서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 받는 배당금에 대한 저율과세·과세이연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 연금계좌로 투자하면 분배금을 받을 때마다 미국 세율로 원천징수 돼 납부 연기(과세이연) 효과도 사라지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이전에는 외국 현지에서 세금을 떼고 배당금을 받아오더라도 한국 국세청이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해당 금액을 선 환급해줬기 때문에 절세계좌에서 국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100% 지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 선 환급 제도가 사라지고 투자자 단계 원천징수 방식으로 과세방법이 개편되면서 배당금을 전부 지급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많은 자산운용사가 1월부터 해외 세금을 떼고 배당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약 2%수준인 해외펀드 퇴직연금계좌 시가배당 수익률에 15% 과세가 환급되지 않으면서 전체 펀드 수익에서 0.3% 정도가 줄었다”며 “이는 해외 ETF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사전 충분한 고지 부족 = 문제는 정부와 업계가 해외펀드 연금계좌에서 이중과세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올 1월 시행하기 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연금계좌에 대한 이해 없이 제도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개인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가 2021년 시행이 예고됐던 제도임에도 사전에 충분한 고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금투업계 관계자들은 고객 이탈을 우려했다. 최근에는 연금계좌와 같이 절세 계좌를 통해 해외 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이중과세 문제로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국 주식을 국내 주식보다 훨씬 선호하는 투자자들 성향상 이러한 제도 취지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예탁결제원, 퇴직연금사업자는 연금계좌 중복과세 문제를 해결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대로 공제 금액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기재부에선 시스템 시행 목표를 내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5일 열린 금투협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와 논의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상반기에, 연금계좌는 하반기에 이중과세를 막기 위한 시스템 정비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퇴직연금은 ISA와 비교해 투자 기간이 길고, 중도 인출 등 변수가 많아 시스템 개발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환태 금투협 산업시장본부 본부장은 “퇴직연금은 20~30년 장기계좌에 중도 이체 해지·연금 수령과 실제 납부 시점 차이 등으로 문제가 복잡하다”며 “올해 중으로 기재부와 논의해 방안을 만들고 내년에 시행하는 쪽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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