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이냐, 요원이냐” 진실 공방

2025-02-06 13:00:09 게재

헌재, ‘윤 탄핵심판’ 곽종근 · 김현태 증인신문 쟁점

곽 “의원 끌어내라 지시” … 김용현 “의원 아닌 요원”

“국회 예산 감액 관련” 박춘섭 경제수석도 증언 나서

‘12.3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을 지휘한 군 지휘관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끌어내라’ 지시 대상 관련 헌법재판소 증인 신문에 나선다.

헌법재판소는 6일 오전 10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제6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증인으로 채택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박춘섭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3명에 대해 신문한다.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 출석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이 열린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출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이날 주요 쟁점은 윤 대통령이 지시한 끌어내라는 대상이 ‘국회의원’인지, 아니면 ‘요원’인지 여부다. 앞서 증언에 나섰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의원 아닌 요원’이라고 주장했지만,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국회 등에서 ‘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을 증인으로 신청한 국회측 대리인단은 ‘의원을 끌어내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입증하는 진술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측은 이날도 불리한 증언을 부인하거나 반박을 시도하려 할 것으로 여겨진다.

곽 전 사령관은 ‘끌어내라’ 지시의 진실을 밝힐 핵심 증인으로 오후 2시부터 증언한다.

여인형·이진우 두 군 장성이 증언을 거부한 반면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저한테 직접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으로 전화해서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또 “12월 4일 0시 20분부터 35분 사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던 것이 맞다”며 “요원의 경우 12월 4일 오전 1~9시에 있던 707특임단 요원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가 있던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요원을 빼내라고 했던 그때 당시의 시점에서는 707특임단 요원들이 본관 정문 밖에서 대치하던 상황이었고 본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열린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 당시 국회의 ‘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던 것과 배치된다. 진실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언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리는 윤 대통령측 증인인 김현태 특임단장의 증언도 관심을 끈다. 김 단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707특임단 병력과 함께 헬기로 국회에 도착해 본회의장 진입을 지휘한 계엄군 현장 지휘관으로, 계엄 해제 후 “곽 전 사령관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9일 계엄군 지휘관 중 처음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부대원 국회 출동과 정문 봉쇄, 본관 창문을 깨고 건물 내로 진입을 시도하도록 지시한 주체가 모두 자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튿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안규백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벽 5시 50분께 국회에서 왜 본 의원을 체포하지 않았냐’는 취지로 묻자, 김 단장은 “국회 안에서 의원들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지시 받은 바 없었다”고 했다.

이들의 증언을 놓고 국회측과 윤 대통령측 대리인들이 진실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측 증인인 박 수석의 신문은 오후 4시에 열린다. 박 수석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감액된 정부 예산안 처리 관련 증언을 할 전망이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증인) 신청 취지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국회 예산 감액 관련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민주당 주도로 정부 예산안 677조4000억원 중 4조1000억원을 감액한 673조3000억원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야당 단독 수정을 거쳐 확정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던 만큼, 박 수석을 통해 계엄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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