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전 수도방위사령관> “윤 대통령 ‘총’ 언급”

2025-02-06 13:00:12 게재

탄핵 심판정에선 증언 거부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문 부수라 해’ 진술

헌재, 검찰 수사기록 증거로 채택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검찰 조사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문을 부수고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나오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사령관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는 윤 대통령 지시와 관련해 증언을 거부했지만 탄핵 심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전 “문을 부수고라도 데리고 나오라”고 지시했고, 윤 대통령이 데리고 나오라고 한 대상을 국회의원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비상계엄 당시 이 전 사령관을 수행했던 수방사 장교 A씨로부터도 “윤 대통령이 비화폰을 통해 이 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 ‘4명이서 1명을 들쳐 업고 나오라’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시 이 전 사령관과 함께 차량에 타고 있었다. A씨는 밀폐된 공간에 있어 통화내용이 주변에도 들렸고, 특유의 억양을 통해 윤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거듭된 군 투입 지시에 이 전 사령관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윤 대통령이 큰 소리로 “어? 어?”라며 다그쳤다는 진술도 나왔다.

다만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문을 부수라’ ‘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기억나는데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은 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도 윤 대통령 지시와 관련한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대통령이 끌어서라도 끄집어내라 국회의원을, 만약에 지시를 했다면 굉장히 충격적인 지시이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수는 없겠죠”라는 윤 대통령측 변호인 질문에는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억나는 게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 전 사령관은 다만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세한 내용은 증언하지 않았다.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조 운영에 가담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역시 검찰 조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하달받았다고 진술했지만 4일 탄핵심판에서는 “형사재판에서 답하겠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이 증언을 거부했지만 두 사람의 수사기관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형사재판에서는 피의자 신문조서에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날아가고 재판에서 다시 증거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헌재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고, 본인이 서명 날인한 경우 조서가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조서 내용과 심판정 증언이 배치될 경우 재판부가 어느 진술을 어느 정도까지 믿을지 판단하게 된다.

한편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기존에 알려진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명단과 유사한 메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초에 작성한 메모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이미 알려진 인사들 외에 최재영 목사의 이름이 포함됐다고 한다. 최 목사는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전달하고 이 장면을 촬영해 공개한 인물이다.

검찰은 또 여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ㅈㅌㅅㅂ의 공통된 의견임. 4인은 각오하고 있음’이라는 메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ㅈㅌㅅㅂ’은 정보사 특전사 수방사 방첩사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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