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입단속 시켰다지만…벌써 주자 간 ‘신경전’ 점화
여당 경선 룰 ‘역선택 방지 조항’ 논란
당직 인선에도 주자들 입김 작용 관측
국민의힘은 당 안팎에서 조기 대선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입단속시켰다지만, 차기주자들 입장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한 주자들 사이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불붙었다는 관측이다.
6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조기 대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게 금기시되고 있다. 조기 대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탄핵 기각을 바라는 강성보수층은 “조기 대선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차기주자들 입장은 다르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 2017년 전례를 보면 박근혜 탄핵 인용(2017년 3월 10일)→대선기획단 구성(3월 15일)→경선 후보 1차 컷오프(3월 17일)→경선 후보 2차 컷오프(3월 20일)→후보 확정(3월 31일)→조기 대선(5월 9일) 순으로 진행됐다. 탄핵이 인용되고 20여일 만에 후보를 뽑고 두 달 만에 대선을 치른 것. 차기주자들 입장에서는 탄핵이 인용된 뒤 대선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차기주자들이 미리 몸풀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당 차기주자들의 몸풀기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경선 룰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당원 50%+여론조조기 대선 입단속 시켰다지만…벌써 주자 간 ‘신경전’ 점화사 50%로 후보를 뽑는 경선 룰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손보는가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역선택 방지 조항의 포함 여부다.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민주당 지지층이 국민의힘의 경쟁력 약한 후보를 찍는 소위 역선택 가능성을 차단하는 조항을 뜻한다.
2022년 대선 경선 당시 보수층과 당원 사이에서 지지세가 강했던 윤석열 후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자고 주장했다. 중도확장성에 자신이 있던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반대했다. 결국 선관위는 역선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본선 경쟁력 조사로 절충했다.
올해 대선 경선이 이뤄질 경우에도 주자들 간 이해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출신인 김용남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나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느냐에 따라서 유불리가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김문수 장관이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 중도확장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주자들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반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권 관계자는 “본선에서 야당후보를 꺾으려면 중도확장성이 강한 후보가 선출되도록 경선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당직 인선에서도 주자들 간의 신경전이 감지된다. 지난해 말 출범한 권영세 비대위는 지난달 10명으로 구성된 원외 대변인단을 띄웠다. 대변인은 당의 스피커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내 영향력이 높다. 주자들 사이에서 ‘내 사람’ 심기를 원하는 이유다.
최근 구성된 원외 대변인단에서 김동원 대변인은 친오세훈으로 분류된다. 김 대변인은 오 시장의 동서이자 청주흥덕 당협위원장이다. YTN 앵커 출신 호준석 대변인과 MBN 앵커 출신 정광재 대변인은 친한동훈으로 꼽힌다. 강전애 대변인은 원희룡 전 장관의 2018년 제주지사 캠프와 2022년 대선 경선 캠프 대변인을 맡은 인연이 있다. 김기흥 대변인은 용산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지낸 대표적 친윤으로 꼽힌다. 박민영 함인경 이준우 대변인은 윤석열 선대위에서 뛰었던 공통점이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