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경제 위기 속 새출발 다짐

2025-02-07 13:00:03 게재

여성 주도의 정치 개혁과

민주주의 도약 추구

부채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가 77번째 독립기념일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을 맞이해 경제 재건과 국가 개혁을 위한 강한 의지를 밝히며, 스리랑카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을 천명했다.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2022년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으며 국가 부도를 선언했다. 외환 부족으로 인해 약 83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 상환이 중단되었고, 연료, 의약품, 식료품 부족과 장시간 정전이 이어졌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결국 기존 정권이 무너지고 좌파 성향의 국민권력당(National People‘s Power, NPP)이 정권을 잡았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수도 콜롬보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모든 국민이 현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리랑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29억 달러 규모 구제금융 패키지를 바탕으로 부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17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 상환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2022년 경제 붕괴 이후 거리로 나선 여성들이 정치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보다 포괄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총리직을 맡은 하리니 아마라수리야는 남아시아 역사상 전직 지도자의 아내나 딸이 아닌 첫 여성 총리로 기록됐다. 사회학자이자 활동가 출신인 그녀는 “여성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평등 사회는 실현될 수 없다”며 정치 구조를 보다 포용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리랑카 정부는 임금 격차 해소, 여성 친화적 근무 환경 조성 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공식 노동시장 참여율을 현재 33%에서 5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스리랑카 유권자의 56%가 여성이며, 지난 총선에서 여성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가 NPP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NPP는 지방 정치에서도 여성 리더를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스리랑카 최소 행정 단위인 ‘그라마 닐라다리’ 1만 4000개 중 1만 3000개에 여성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새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적 정치 문화를 타파하고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과거 스리랑카 정치권에서는 고위 관료들의 특권이 당연시되었지만, 디사나야케 대통령과 아마라수리야 총리는 VIP 문화 철폐를 선언하며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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