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탈이념’선언…당 정체성 ‘중도화’추진

2025-02-07 13:00:06 게재

오랜 지자체장 경험서 나온 성과 중심 실용 접근

기업 주도 성장 우선주의, 당내 갈등…“토론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정체성 변화의 소용돌이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탈이념과 함께 기업주도의 성장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구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를 주변에서 오랫동안 봐 온 인사들은 오랜 지자체장 경험이 만들어낸 ‘목표와 성과 중심의 사고와 행보’이면서 성장과 분배를 같이 추구하는 ‘진보의 확장이거나 중도화’라고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민주당 전통 지지층들과 오랫동안 민주당에 몸담아왔던 인사들은 민주당의 가치와 원칙이 훼손되면서 신자유주의와 같은 ‘제3의 길’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7일 이 대표를 잘 아는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 ‘흑묘백묘론’ ‘탈이념론’으로 표현되는 실용주의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면서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구축된 이 대표의 운영 방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10년 7월~2018년 3월까지 성남시장을 지냈고 2018년 7월~2021년 10월까지는 경기지사를 맡아 경기도정을 운영했다. 친명계 모 중진의원은 “대장동 문제만 하더라도 그냥 놔뒀다면 민간기업들이 이익을 모두 챙겨갔을 텐데 이 대표는 그것을 공익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게 사법리스크로 번진 것”이라며 “청년기본소득, 지역화폐 등 이재명 대표 만큼 직접적으로 분배를 단행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했다. 공익에 목표점을 두더라도 분배를 외면하지 않는 균형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최근 12.3 내란사태를 겪고 난 후 올해 들어 자신의 핵심과제인 ‘기본사회’를 뒤로 미뤄두고 ‘성장 우선주의’를 앞세웠다. 성장을 끌고 가는 게 기업이라면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했고 전날 조윤제 전 금통위원과 만나서는 “진보는 진보 정책만 쓰고, 보수는 보수 정책만 써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기대선과 함께 경기침체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방향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을 지내면서 가까이에서 이 대표를 봐온 모 의원은 “실제 실무에서 계획하고 집행해온 지자체장 경험에서 나온 의사결정 방법과 시각은 여의도에서 여야간 정치적으로, 정무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면서 “목표를 세워놓고 자신이 설정한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은 한 열어놓고 수용하고 듣는 성향”이라고 했다.

상법 개정 이후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미뤄둔 것이나 민주당에서 부담스러워 했던 성장 목표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에서 ‘52시간 예외 확대’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에 무게를 둔 것 역시 일맥상통한 대목이다.

앞의 중진의원은 “이 대표가 분배를 하지 않거나 멀리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은 곳간이 빈 상태로 일단 곳간을 채워야 분배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면서 “성장을 하기 위해 기업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조기 대선 공약에서 기업중심의 성장 정책이 분배 정책에 비해 앞에 배치되고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미 전날 김민석 최고위원이 이끄는 집권플랜본부에서는 ‘성장 우선’(Growth First) 전략으로 ‘5년 내 3%대 성장률’을 제시했고 이를 산업 지원 방식으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