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기 대선 대비 ‘명태균 게이트’ 정조준
“특검 추진 … 여당 유력인사 거짓말 드러날 것”
검찰 수사 공개, 대선 주자 연관성 부상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명태균 게이트’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 도입을 추진한다. 윤 대통령과 내란 가담세력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이뤄지면 명씨의 ‘황금폰’을 열어 여당 대선주자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데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물론 여당 유력인사들과의 소통내용이 공개되면 조기 대선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고 가겠다는 포석이다. 민주당 후보와 직접 경쟁하게 되는 여당 주요 후보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이재명 대표 재판 등에 쏠렸던 관심이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의원은 7일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에 ‘ 명태균게이트’가 주요 원인이었다”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 국민의힘 등이 관여된 여론조작·비선개입·국정농단 등에 관한 의혹을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앞서 추진했던 ‘김건희 특검법’ 내용 중 명씨와 관련된 의혹을 떼 ‘명태균 특검법안’을 2월 중 발의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이 계엄 쿠데타를 일으킨 핵심에 ‘명태균 게이트’가 있었다. 창원지검 수사보고서가 윤석열에게 보고된 것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윤석열은 ‘감옥만큼은 가기 싫다’는 김건희의 뜻에 의해 계엄 쿠데타를 계획한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어 “명씨의 입이 열리면 홍준표, 오세훈, 이준석 등의 정치인들이 줄초상 난다는 말까지 있다. 명태균 게이트를 덮는 것이 국민의힘의 목표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지도부는 가능한 이른 시간안에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비상계엄 직전까지만 해도 명태균 국정농단이 정국의 핵이었다. 창원지검은 명태균의 ‘황금폰’을 입수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 대선 경선 여론조작 의혹, 각종 공천에 대한 불법적 개입 등에 대해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고 소화된 정치인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 사건 수사를 지켜보며 적당히 덮으려는 수작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뜻을 모아 특검법을 추진, 죄지은 자를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4일 창원지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담긴 충격적 내용이 ‘명태균 게이트’의 파괴력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특히 검찰이 명씨를 수사하며 윤 대통령 부부와의 직접적 관계나 김영선 전 의원 공천개입 의혹, 여론조사 비용 대납, 산업단지 지정 등과 관련한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는 대목을 지목한다. 특검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과 연관된 내용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창원지검에서 수사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특히 검찰 지휘부나 대통령실이 관련 수사를 확대하려는 수사팀을 막았는지 등도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보고서를 통해 이미 공개된 명씨의 휴대전화 내용 외에 검찰이 추가로 확보하고 있는 다른 휴대전화에 대한 분석 조사 등이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민주당 진상조사단 등에 접수된 제보나 검찰 내부의 소식 등을 거론하며 “무엇보다 여당 유력 정치인들이 해놓은 말이 거짓말로 드러날 경우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며 “국민의힘 유력 주자 가운데 한두명을 제외하고 이 논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검찰 수사를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여권의 대선주자를 견제할 수 있는 카드로 쓰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에 김건희·내란 특검법 등이 거부권에 막힌 ‘특검 무용론’이 나올 만큼 원내 전략이 비판을 받은 상황에서 이번 특검을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편, 민주당이 명태균 게이트 특검 추진을 공식화한 것과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6일 “더불어민주당이 나를 잡으려고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한다”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홍준표는 그런 사기꾼에 엮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기꾼이 감옥에 가서도 민주당과 짜고 발악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나오는 거 없을 것”이라며 “명태균 황금폰에 수만건의 포렌스식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전화 한 통, 카톡 한 자 안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