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여사 리스크’는 이제 그만

2025-02-10 13:00:04 게재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정권에 망조가 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선 무렵부터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더니 집권 이후에는 김 여사의 광폭행보가 구설을 쏟아냈다.

김 여사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대통령실에 ‘여사 라인’까지 구축했다는 의심이 여권에서 나올 정도였다. 급기야는 명품백을 수수해 여론의 눈총을 자초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김 여사가 자중해야 한다”는 건의를 수차례 받았지만, 그때마다 화를 내며 묵살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여사 리스크’를 합작한 셈이다. ‘여사 리스크’로 정권은 무너져갔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차기주자로 꼽히는 유력 정치인의 배우자들이 벌써부터 잦은 구설에 오르내린다. ‘정치보복 수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씨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전현직 중진의원 아내 등에게 식사를 대접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여권 차기주자 A·B·C의 배우자는 이미 ‘숨은 실세’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남편의 주요 결정과 인사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설이다. 한 전직 보좌관은 “A는 저녁에 귀가했다가 다음날 출근하면 참모들과 전날 상의한 결과를 180도 뒤집는 결정을 내리곤 했다. 사모님 뜻으로 읽혔다. 그런 행태가 너무 잦아서 참모들 사이에서 A가 행여 대통령이 되면 사모님이 상왕이 될 거라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전했다.

다른 여권 인사는 “B의 초대를 받아 식사자리에 갔더니 부인이 팔짱 끼고 앉아 있어서 부인 눈치를 보게 되더라. 부인이 실세라는 소문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 탄핵 표결 직후 C의 부인으로부터 ‘콜’을 받았다. 남편의 대선 도전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 했다고 한다. C의 부인은 C보다 실세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차기주자 배우자들의 행태는 다음 정권에서도 ‘여사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표를 주는 것이지, 배우자를 선출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 배우자는 선거를 도와 남편 또는 아내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그걸로 역할을 끝내야 한다. 집권 이후 법적 권한이나 지위가 전혀 없는 배우자가 국정과 인사, 이권에 개입하는 건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나의 배우자는 국정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나의 배우자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접근하지 말라”고 선언해야 한다.

만에 하나 배우자가 대통령 모르게 국정이나 이권에 개입했다면 대통령이 먼저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아내를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엄경용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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