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종반, 반탄 ‘힘자랑’ 총력전
전국 곳곳 대규모 집회 … “헌재 해체”
인권위 ‘계엄옹호’ 권고안 논의 재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종반을 향하자 탄핵 반대측의 세력 과시도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반 이재명, 반중 정서를 불쏘시개 삼는 행태가 일관된 가운데 헌재를 겨냥한 선동이 한층 과격해졌다.
지난 주말동안 전국 곳곳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광화문 혁명 국민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는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경찰 비공식 추산 3만5000명을 기록했다. 주최측은 30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선관위 서버 열어!’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 목사는 “부정선거 관련 증인을 헌재가 모두 거부한다”면서 “헌재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거들었다. 윤상현 의원은 “따뜻한 봄이 오면 아름다운 광장에서 전 목사님을 모시고 애국시민 여러분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님을 반갑게 맞이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 현장 한편에서는 전 목사측으로 추정되는 업체 ‘퍼스트 모바일’의 ‘알뜰폰’ 판매행위도 이뤄졌다. 이 업체는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 조직’과 ‘당신의 유심이 애국심이 된다’ 등이 적힌 문구가 내걸렸다. 퍼스트모바일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의 관련 법인 ‘더피엔엘’이 2023년 4월 세운 곳이다. 전 목사는 지난해 4월 자유통일당 유튜브 영상에서 이 회사에 대해 “내가 70억원을 주고 만든 회사”라고 소개하며 “(통신사를) 옮겨주면 전화요금을 절반으로 내게 해주겠다”는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또다른 개신교계 극렬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일대, 그리고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집회를 잇따라 열고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계엄 합법” 등을 주장했다. 대구 집회에는 국민의힘 윤재옥·이만희·강대식·정희용 의원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도 가세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이날 경찰 추산 5만2000여명이 참석한 동대구역 집회에서 예의 ‘비상계엄 계몽령’을 펴고는 “탄핵은 민주당의 내란 공작이며,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면 이는 제2의 을사오적이 될 것”이라며 최근 논란이 된 ‘헌재 휩쓸 것’ 발언에 이어 또 다시 헌재 공세를 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도 10일 오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계엄을 옹호하면서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권고 수정안을 공개 논의키로 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날 오전 종로구 인권위 건물 14층에 집결해 전원위원회 회의실로 몰려들었다가 경찰에 의해 해산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인권위는 지난달 20일 전원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비공개 논의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권위 앞 집회를 예고하는 등 소요 가능성이 제기돼 회의를 취소한 바 있다.
이날 전원위원회에는 앞서 기각된 바 있는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도 다시 상정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