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산넘어 산’

2025-02-10 13:00:31 게재

지분 5% 보유 어펄마와 협상 마무리 … 24% 어피니티는 ‘요구 가격 고수’ 입장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과 분쟁을 마무리하고 투자금을 당초 풋옵션 행사가의 절반 수준에서 상환하기로 했다. 어펄마로부터 지분을 되사오기로 하면서 교보생명 안팎에서는 나머지 풋옵션 분쟁 해결에 실마리를 얻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측이 이를 협상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보생명 주식의 24%를 보유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어피니티)은 기존 요구조건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런 기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어피티니 보유 지분은 지주회사 체제를 준비하는 교보생명 지배구조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라 협상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측은 지난 7일 어펄마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5.33%를 총 2162억원에 되사오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매매가는 19만8000원이었다.

앞서 어펄마는 지난 2007년 주당 18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했다.

어펄마는 이후 교보생명의 상장이 무산되자 2018년 신 의장에게 주당 39만7893원에 되사달라며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를 신 회장측이 거절하자, 이듬해 어펄마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최근 양측은 법적 절차를 끝내고 지분을 주당 19만8000원에 매각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조달해 어펄마의 투자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대신 국제중재는 취하될 전망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10일 충남 천안 교보생명 계성원에서 열린 ‘2025년 출발 전사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교보생명 제공

신 회장은 어펄마뿐 아니라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IMM프라이빗에쿼티·EQT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과도 풋옵션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어피니티는 2015년 9월 말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피니티측이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신 의장측에 매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교보생명의 IPO는 불발됐고, 어피니티는 2018년 주당 가격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주당 가격이 너무 높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어피니티는 ICC에 두 차례에 걸쳐 중재를 요청했다.

ICC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2차 중재에서 어피니티측이 제기한 청구를 인용해 신 회장에게 30일 내 외부기관으로부터 공정시장가격(FMV)을 산정한 뒤 그에 따라 투자자 주식을 되사줘야 한다고 판정했다. 사실상 어피니티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신 회장측은 중재 판정에 따라 공정시장가격을 산정할 평가기관으로 EY한영을 선정했다. EY한영은 최근 ICC에 평가보고서 제출까지 2~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통보했다.

IB 업계에서는 신 회장 측이 이번에 어펄마에 지불하기로 한 주당 19만8000원을 교보생명의 시장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동안 신 회장측은 풋옵션 행사가가 20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당초 제시한 주당 가격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것이 어피니티측 공식 입장이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중재판정상 명확하게 중재판정이 송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외부 감정평가인 선정은 물론 평가보고서 또한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평가보고서 제출 지연 또한 중재판정 위반에 해당하며, 신 회장측이 신속히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풋옵션 행사 가격 산정을 위한 후속 절차 또한 주주간계약과 중재판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며 “특히 이를 위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EY한영 등 신 회장측이 공정시장가격을 얼마로 정하든, 어피니티의 최종 행사 가격은 24만5000원 이상으로 결정된다.

EY한영이 제시할 새 가격이 컨소시엄측 가격(41만원)과 10% 이상 차이나면 제3의 외부 평가기관이 가격을 재산정하게 된다.

이렇게 다시 산정되는 가격이 24만5000원보다 낮다면 최종 풋옵션 행사가는 최소 24만5000원으로 결정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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