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취약계층정책 진화한다
집에서 치과진료 · 저소득가구에 공부방
약자동행, 이벤트 아닌 지속가능성 중요
서울 자치구들의 취약계층 정책이 진화하고 있다.
10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마포구는 어르신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 주민들을 위한 전문가 방문구강관리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전문구강관리 자격을 갖춘 치위생사가 2인 1조로 가정을 방문한다. 위생 관리뿐 아니라 구강재활훈련도 실시한다. 입 근육 마사지, 입체조, 설압강화훈련, 혀세균막관리 등 구강 기능 강화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개인에 맞게 지원한다.
검진 결과 전문 치료가 필요하면 이동식 치과유니트체어를 이용해 곧바로 치료를 진행하고 보철 치료가 필요한 경우 진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병원과 연결한다. 1회 방문에 그치지 않았다. 방문 뒤 치위생사들은 구강 관리 차트와 보고서를 작성하고 대상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핀다.

마포구 36만명 주민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는 8만3000명에 달한다. 장애가 있는 경우 구강질환을 앓고 있는 비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1.2배가 높다. 특히 치과 진료는 비용이 많이 들어 취약층 건강의 사각지대로 불린다. 구는 이에 착안해 방문 구강관리에 나섰고 지난 1년간 방문 관리 100회, 치과치료비 의뢰 20명 등 총 2906건의 치과진료 및 예방처치를 했다.
구 관계자는 “이전 방문 서비스는 구강용품을 주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치과 치료용 체어까지 들고 가서 그 자리에서 전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양천구 꿈꾸는 공부방은 취약계층 가정에 자녀의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과 한부모 가정을 우선 배려했다. 책상만 설치하는 게 아니다. 의자 책장 도배 등 공부방 환경 개선 중에서 원하는 품목을 200만원 한도까지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눈에 띄는 품목은 암막커튼이다. 취약층 주거환경은 좁은 방에 소음이 많은 경우가 잦다. 이를 감안해 공부하다 피곤한 학생이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도록 책상 주변에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커튼을 둘러줬다. 구 관계자는 “공부방을 만들려면 방청소 및 폐기물 처리 등까지 포함해 최소 세번 해당 가정을 방문하게 된다”며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했지 가정 형편상 공부방을 만들어주지 못했던 부모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고 큰 보람을 느낀 사업”이라고 말했다.
예산 사정상 당초 25가구 지원을 목표로 했지만 신청자가 몰렸다. 더 많은 가정을 지원하자는 생각에 서울시 공모에 도전했고 시범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모두 60가구에 공부방을 설치했다.
◆취약층 지원 확대되는 계기 = 두 사업 외에도 눈에 띄는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발굴됐다.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사회생활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노원구의 ‘가상회사체험(느슨한 컴퍼니)’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동대문구의 ‘동행 미용실’ 장애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성동구 ‘모두의 도서관’ 등은 취약층의 어려움을 꼼꼼히 살펴야만 찾아낼 수 있는 현장형 정책들로 호평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자치구의 우수 사례들을 모아 10일 성과보고회를 연다. 시가 표방하는 약자동행 정책의 실천 사례들을 모아 성과를 공유하고 모범사례를 전파하는 자리다.
최창수 서울사이버외대 교수는 “경제적 양극화가 커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취약계층의 자립과 복지뿐 아니라 서울시 전체를 건강한 공동체로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라며 “다만 이들 사업이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단편적으로 추진되는 게 아닌 체계적 접근을 통해 지속가능한 효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