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가자휴전에 트럼프 최후통첩

2025-02-11 13:00:05 게재

“15일까지 인질석방 안하면 휴전취소” … 하마스·이스라엘 책임 공방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사들이 (왼쪽부터) 오하드 벤 아미, 오르 레비, 엘리 샤라비를 8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엘 발라에서 이스라엘과의 다섯번째 인질-포로 교환의 일환으로 적십자 팀에 넘기기 전 무대 위에서 에스코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서로 휴전합의를 위반했다며 예정됐던 인질 석방을 연기하는 등 책임공방을 펼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에 대한 최후통첩 메시지를 발신했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를 겨냥해 15일까지 인질석방을 하지 않으면 휴전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타임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요일(15일) 오후 12시까지 모든 인질이 석방되지 않으면 가자 휴전과 인질 석방 협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자들에게 “지옥을 터뜨려라”라며 취임 전 여러 차례 했던 위협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에 달려 있다”며 “나는 내 자신을 대변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그것을 무시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휴전을 유지하든 파기하든 궁극적으로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선택에 달렸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은 최근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휴전합의 위반을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과 직결된다.

하마스는 10일 돌연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고,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를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에서 “토요일(15일)에 풀어줄 예정이었던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인) 인질 인도는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주간 적(이스라엘)이 합의 조건을 지키지 않는 것을 지켜봤다”며 “그들은 가자 북부 주민의 귀환을 늦추고 총을 쐈으며, 가자지구 여러 지역에서 구호품 지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베이다 대변인은 “우리는 (합의대로) 모든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이 앞서 어긴 합의를 이행할 때까지 인질 석방이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추가 성명에서도 “인질 인계가 예정된 날짜보다 닷새 앞서 이번 발표를 한 것은 중재국이 점령군(이스라엘)에 의무 이행을 압박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 것”이라며 “점령군이 의무를 다하면 수감자 교환이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를 존중하며 이를 위반하는 어떤 행위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모든 인질 가족들에게 알렸다”고 밝힌 뒤 11일 오후 예정됐던 안보내각 회의를 오전으로 앞당겼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휴전 및 인질 석방 합의를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와 함께한다”며 “(가자에 남은) 형제·자매 76명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합의 유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휴전 합의를 살리기 위해 중재국에 연락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휴전 협상에 반발하며 이스라엘 연립정부를 탈퇴한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전 국가안보장관은 “전쟁으로 돌아가 (가자지구를) 파괴해야 한다”면서 “공중과 지상에서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퍼붓고 전기, 연료, 물 등 가자에 들어간 인도주의적 지원을 완전히 중단해야 하며, 하마스 손에 들어간 지원 패키지를 폭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전 중재국 중 하나인 이집트 소식통들은 휴전 합의가 파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이스라엘이 병력 철수를 늦추고 항공 감시를 계속하며 합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지난달 19일 이스라엘군과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일단 6주(42일)간 교전을 멈추는 단계적 휴전에 돌입했지만 이후 양측이 상대방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전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지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민간인 여럿이 숨졌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민간인 여성 인질을 먼저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통로 ‘넷자림 회랑’을 막아섰다가 전날 철수한 바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