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이면서 약점…여권 ‘독수리 6형제’ 경선 전략 ‘골치’

2025-02-11 13:00:39 게재

김문수 ‘꼿꼿문수-확장성 한계’ … 안철수 ‘소신 표결-당심과 거리’

오세훈 ‘중도 확장-찬탄 부담’ … 유승민 ‘개혁 보수-배신자 프레임’

한동훈 ‘탄핵 주도-윤석열 배신’ … 홍준표 ‘홍카콜라-확장성 한계’

여권 인사들은 최근 공식석상에서는 조기 대선이란 단어를 꺼내지도 않지만, 마이크만 꺼지면 “누가 될 거 같아”를 입에 달고 산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둘러싼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재집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당내 경선에 대한 관심도 낮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해 볼 만하다”는 기대감 속에 ‘최강 후보’를 뽑자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여권 차기주자로 꼽히는 ‘독수리 6형제’는 강점이자 동시에 약점으로 공격 받을 수 있는 각자의 특징을 안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구치소 나서는 국민의힘 의원들 10일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이철규·정점식·박성민 의원 등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뒤 츨구로 나오고있다. 의왕=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11일 여권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차기주자는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차기주자 명단에 이름도 못 올렸지만, 야당의원의 계엄 사과 요구를 거부하면서 강성보수층의 ‘아이돌’로 급부상했다. ‘꼿꼿 문수’로 불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2월 3~5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주자 조사에서 김 장관은 12%로 여권 주자 중 선두권을 차지했다. 보수층에서는 24%를 기록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김 장관의 약점은 강점과 똑같은 ‘꼿꼿 문수’다. 반탄파(탄핵 반대파)에 선 게 발목을 잡으면서 중도층 지지율은 8%에 그친다. 여권 관계자는 “본선 경쟁력, 즉 중도 확장성에 대한 당내 의구심을 해소해야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주자 중 유일한 국회의원인 안철수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에 당론과 달리 잇따라 찬성표를 던졌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 정치’를 고수한 것이다. 안랩을 창업한 안 의원은 경제와 과학기술, 외교 등 주요 국정에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쌓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장점인 ‘소신 정치’를 바라보는 보수층과 당원들의 시선이 차갑다는 것이다. 정치 양극화의 피해자로 내몰릴 위기라는 평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장파’ ‘오세훈 선거법’ ‘총선 불출마’ 등을 통해 개혁 이미지를 굳혀왔다. 윤 대통령 탄핵 표결을 앞두고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소신 행보를 이어갔다. 서울시장만 4선을 역임하면서 ‘준비된 주자’라는 평가도 기대할 만하다. 중도 확장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오 시장 역시 ‘개혁’ ‘소신’ 이미지로 인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수층과 당원들에게 찬탄파(탄핵 찬성파)에 섰던 걸 어떻게 설명할지가 숙제로 남아있다.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 당원투표에서 62%란 몰표를 받았던 한동훈 전 대표가 당심(당원 표심)에서 버림받게 된 과정에서 (오 시장은) 교훈을 얻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박근혜정권 시절에서는 비박, 윤석열정권 시절에서는 비윤의 길을 걸으면서 ‘개혁 보수’ 이미지를 굳혔다. 경제학박사 출신의 유 전 의원은 4선을 역임하면서 정치권의 대표적 실력파로 꼽히기도 한다. 유 전 의원 역시 강점인 ‘개혁 보수’ 이미지가 보수층과 당원들에게는 눈총을 사는 약점이 되고 있다. 10여 년째 ‘배신자 프레임’을 벗지 못해 고생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의 검찰 측근’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정치에 입문한 이후에는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면서 정치적 위상을 구축했다. 계엄 저지와 탄핵 가결을 주도하면서 ‘소신 대열’에 합류했지만, 보수층·당심과 멀어지는 손해를 봤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별명인 ‘홍카콜라’에 걸맞은 시원한 언변으로 20·30대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윤 대통령 탄핵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보수층의 관심도 모았다. 5선 의원과 경남도지사, 대구시장을 거친 풍부한 경륜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시원한 언변’ ‘반탄’은 본선 경쟁력으로 꼽히는 확장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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