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만 초광역권으로 대한민국 재편

2025-02-12 13:00:03 게재

오세훈 “대한민국을 5개 싱가포르로”

지방에 입법·재정·인사권 모두 줘야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국가발전전략 구상을 내놨다.

오 시장은 12일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지난 20년간 추진된 균형발전 정책은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 균형배분에 그쳤다”며 “중앙정부가 예산을 나누어 주고 일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는 지역의 자생적 성장을 촉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지역이 독자적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 규제라는 ‘3대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야 하며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조력자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이 제시하는 국가발전모델은 ‘인구 500만명 이상 초광역권 5개로 대한민국을 재편하자’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인구 590만명인 싱가포르를 예로 들며 부산·경남권(750만명) 충청권(550만명) 호남권(490만명) 대구·경북권(490만명)을 각각 싱가포르 같은 개별 성장축으로 두자는 것이다. 서울·수도권도 초광역권 가운데 하나일 뿐 일극체제 정점의 지위를 내려 놓아야 한다.

오 시장은 이를 위해 전향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5대 5로 바꿔야 한다는 게 우선이다. 초광역권으로 대한민국이 재편되면 외교 국방을 제외한 대부분을 지방정부가 담당하기 때문에 중앙정부 인력 2/3를 지방에 내려 보내야 한다는 것.

또 지방정부가 명실상부한 국가운영 주요 축이 되고 자립적으로 경제 및 정부 운영을 수행하려면 재정, 인사권에 더해 입법권까지 보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행법상 지방정부가 만드는 조례는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제정할 수 있으며 법령 아래에 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보다 하위 개념으로 취급된다.

일각에선 이 같은 구상을 이명박정부 당시 5+2 전략(전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지자체 간 통합을 추진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오 시장측은 그때와 핵심적으로 다른 점을 ‘권한 이양’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구상은 권역을 나누기만 했지 중앙정부 권한의 전향적인 이양은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 시장측 관계자는 “기존 개헌 논의는 지나치게 대통령제 개선을 중심에 둔 권력구조 개편에 치우쳐 있다”며 “대통령과 국회 권한을 낮추는 것 외에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는 것이 분권형 국가로 가는 데 놓쳐선 안될 주제”라고 설명했다.

◆분권의 핵심은 ‘관에서 민’ =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행 지방분권 논의의 출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초광역권, 500만명 등 규모나 단위 설정이 아닌 중앙 권한의 지방이양을 명확히 하는 것, 다시 말해 ‘선 분권’ 논의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통합의 수준과 규모, 권역 설정 단위도 분권이 이뤄진 후 지방주민들이 정하는 것이 바른 수순이라는 것이다.

획일적 권역 나누기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역간 재정 여건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단순히 권역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독일 스위스와 같은 ‘재정조정제도’를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대표자 회의 혹은 그에 준하는 기구를 구성해 공동재원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전체의 공생을 위한 격차 해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가 여전히 중앙 위주, 관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한다. 하승수 대화문화아카데미 새헌법위원회 위원은 “분권의 핵심은 관에서 관이 아닌 관에서 민으로 권한을 이동하는 것”이라며 “중앙의 시혜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서 분권을 인식해야 하며 권한을 넘겨받은 지방주민이 스스로 예산과 조례와 인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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