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특정 지속가능성 정보’…재무성과 분석에 효과
온실가스 배출, 노사관계, 위험관리 등 기업가치와 연관성
제품품질과 안전, 직원 건강, 기업윤리 등 수익성에 긍정적
국내 첫 연구결과 … 한국공인회계사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
국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지속가능성 성과가 기업 가치와 수익성 등 재무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특정 세부 항목들이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비재무정보인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어떤 정보가 실제로 재무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 선별이 필요한 시점이다.
11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국내 지속가능성 정보의 재무중요성 실증분석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제16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온 류호정 서스틴베스트 팀장은 미국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에서 제정한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 기준(5개 부문과 26개 공시주제)으로 지속가능성 정보의 재무적 중요성을 분석했다. 5개 부문은 △환경 △사회적 자본 △인적 자본 △사회모형과 혁신 △리더십과 지배구조 등이다.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가 단기(1년)·중기(3년)·장기(6년) 시차에 따라 기업의 재무성과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분석 결과 기업가치(Tobin’s Q 측정)는 환경 부문 중 ‘온실가스 배출’ 항목에서 ‘단기, 중기, 장기’ 모두 유의한 관계를 보였다. 즉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관리가 기업가치와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사회적 자본 부문에서는 ‘제품 품질과 안전’, ‘판매 관행과 제품 라벨링’ 항목의 경우 ‘단기, 중기, 장기’ 모든 시차에서 재무적 중요성이 관찰됐다.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축적된 사회적 자본이 우수한 기업 성과와 주주가치로 이어진다는 선행 연구결과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인적 자본 부문에서는 ‘노사관계’가 모든 시차에서 재무적 중요성을 보였다. 류 팀장은 “국내에서도 협력적 노사관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차별적 관행이 적은 기업일수록 장기적으로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보이는 긍정적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업모형과 혁신 부문에서는 △사업모형 회복력 △공급망 관리 △자재 조달의 효율성 등 4개 항목 중 3개에서 모든 시차에 대해 재무적 중요성이 나타났다. 해당 부문은 기업의 가치창출 과정에서의 지속 가능성 통합을 다루고 있다. 류 팀장은 “항목 다수에서 재무적 중요성이 높게 나타난 것은 제품 생산 과정의 환경성 개선 및 협력업체 ESG평가 등 이 부문과 관련된 지속가능성 성과의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리더십과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체계적 위험관리’가 모든 시차에서 재무적으로 중요하다고 분석됐다. 기업 지배구조가 리스크 관리에 충실하면 수익과 현금흐름의 변동성을 감소시켜 기업가치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지속가능성 정보와 기업 수익성(ROA 측정)의 연관성은 기업가치와 달리 단기·중기·장기 등 시차에 따라 달랐다. 환경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중기, ‘대기질’은 장기, ‘에너지 관리’와 ‘폐기물 및 유해물질 관리’는 단기에서 재무적 중요성이 관찰됐다. 사회적 자본에서는 '제품 품질과 안전' 항목에서만 단기·중기에서 재무적 중요성이 나타났다. 인적 자본에서는 '직원 건강과 안전'이 단기와 중기에 기업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사업모형과 혁신에서는 ‘제품 디자인과 수명주기 관리’가 중기·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났다. 리더십과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기업윤리’와 ‘경쟁 공정성’이 단기·중기에 걸쳐 기업 수익성과 연관이 있었다.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한 결과, 환경 부문의 ‘에너지 관리’, 인적 자본 부문의 ‘직원 건강 및 안전’, 리더십과 지배구조 부문의 ‘경쟁 공정성’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던 재무적 중요성이 코로나19 이후 관찰됐다.
류 팀장은 “환경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관련된 지속가능성 성과 관리가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기업의 수익성과 긍적적인 관계를 보였다”며 “코로나19 전후로 재무적 중요성이 모두 관찰된 항목은 ‘기업윤리’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16~2023년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상장기업 중 5335개 표본을 추출해 분석됐다. SASB 항목과 ESG 지표를 매핑해 국내 지속가능성 정보와 기업의 재무성과 간 관계를 실증분석한 국내 첫 연구다.
류 팀장은 “글로벌 흐름과 같이 국내에서도 의사결정 유용성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투자자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투자자에게는 지속가능성 정보와 재무성과 간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고, 국내 기업에게는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정보이용자의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보고서에 중요한 정보를 선별해 공시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번에 소개된 통계적 모형을 활용한 중요성 평가방법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실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