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보다는 비방 난무 예고…최악의 ‘네거티브 대선’ 우려

2025-02-12 13:00:12 게재

여, 국회연설도 야당 비판 집중 … 야, 여권주자 겨냥 ‘명태균 특검법’

검증 시간 부족, ‘묻지 마 폭로’ 쏟아질 듯 … “분열과 정치 혐오 우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여야가 벌써부터 서로를 겨냥한 비방전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르면 4말 5초(4월 말~5월 초)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이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선이 네거티브로 점철되면 대한민국의 경제·안보 위기 극복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국민은 극심한 분열로 내몰리고, 정치 혐오는 극대화 될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

연설 마친 권성동 향한 친한계의 반응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권 원내대표를 향해 일어서서 박수를 보내는 의원들과 달리 친한계 김상욱 의원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대선 결과 승복 안할 수도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맹비난했다. 권 원내대표는 40여 분간 이뤄진 연설에서 ‘민주당’을 44회, ‘이재명’을 18회 언급하며 민주당과 이 대표 비판에 집중했다. 국민의힘은 12.3 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구속 이후에도 대야 공세에만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특검’을 빌미 삼아 공격에 치중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본격화되면 짧은 선거기간(최대 60일) 동안 정책 논의 대신 대야 공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이 대표를 겨냥한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세가 예상된다.

민주당 등 야 6당은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했다. ‘명태균 특검법’은 윤 대통령 부부의 불법 의혹을 부각시켜 탄핵 여론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보수진영 차기주자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시장과 홍 시장, 이 의원은 명씨 관련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야권이 조기 대선에서 보수진영 주자를 공격할 소재로 ‘명태균 의혹’을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권 인사는 “(야권이) 명태균을 앞세워 보수 주자들을 음해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민주당도 조기 대선이 본격화되면 계엄과 탄핵, 비리 의혹을 앞세워 대대적인 대여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조기 대선 기간이 60일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용해 ‘묻지 마 폭로’를 전개할 것이란 전망이다. 검증을 통해 진위 여부를 따질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일단 폭로하고 보자’는 식의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얘기다. 대선판이 극심한 혼돈에 빠지면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세력까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인사는 “보수·진보 양쪽 모두 지나치게 격앙된 분위기에서 대선을 치르고 나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3년 전에도 도 넘는 비방전 = 역대 대선에서도 네거티브는 극심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대선에서도 여야는 강렬한 뒤끝을 남길 만큼 도 넘는 비방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대장동 게이트’의 주범으로 낙인 찍고, 온갖 의혹을 제기했다. ‘여배우 스캔들’ ‘형수 욕설’ ‘아들 불법도박’ 등도 네거티브 소재로 활용됐다.

민주당은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 장모 최 모씨를 싸잡아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후보’라며 각종 의혹을 쏟아냈다. 부인 김씨가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선을 넘는 네거티브까지 동원됐다. 2022년 대선이 과도한 네거티브로 얼룩지자 대선 이후에도 양쪽은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지금껏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한 ‘병풍’이 거세게 불었다. 이 후보의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대선판을 뒤흔든 것. 대세론을 구가하던 이 후보는 ‘병풍’에 휘말려 두 차례나 낙선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이 네거티브의 주제가 됐다. 다만 이 후보는 BBK 공세에도 불구하고 큰 표 차로 당선됐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한 ‘최태민 의혹’이 제기됐지만 박 후보는 이를 극복하고 이겼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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