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별 안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우리 사회에는 태어난 순간부터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차별을 겪는 아이들이 있다. 합계 출산율 0.72명의 초저출생 상황에서 축복받아야 할 새 생명이 태어난 순간부터 차별적 성장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태어나자마자 사회적 돌봄에 맡겨지는 보호대상아동,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아동,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국적이 다른 이주배경아동 등 아이들을 향한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차별적 성장 환경에 어려움 겪는 아이들
아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성장 환경은 따뜻한 가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수많은 아이들은 친부모 품에서 자라지 못하고 사회적 돌봄 아래 성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에 따르면 2023년 보호대상아동 2054명 중 845명은 전국 각지 양육시설에, 222명은 그룹홈, 987명은 위탁가정에서 보호받고 있다. 이들은 성장하면서 자립을 준비한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만 18세가 되면 사회적 돌봄을 종료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만 24세까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충분히 자립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지원 종료 시기를 늦춘다고 자립 역량이 절로 생기진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정에서 자라면서도 보호대상아동만큼 차별적 환경에 놓인 아이들도 존재한다. 가족돌봄아동은 가정에서 생활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가족의 보호자로 살아가며 생계까지 책임지는 일도 있다. 이들을 포괄할 법과 제도가 없어 정확한 정의나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한 아이들이다. ‘소년소녀가장’이란 표현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쓰이지 않지만 그런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국적으로 인해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도 있다. 통계청 ‘2022년 다문화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24만9186명 중 약 5%에 달하는 1만2526명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교육과 의료 등 기본적인 국가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차별적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 큰 사회적 관심과 촘촘한 제도 필요
건강한 사회는 모든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아이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선다면 실현가능하다.
실제 필자는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에서 공동의 참여와 노력이 아동의 삶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체감했다. 일례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던 보호대상아동 2명은 가정위탁 체계 안에서 통원 치료는 물론 학원도 다니며 꿈을 키워갈 수 있었다. 아픈 아버지 대신 고등학교 1학년부터 생계를 책임졌던 가족돌봄아동은 초록우산 지원에 힘입어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다.
민간단체 노력만으로 모든 아이들이 겪는 차별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 더 큰 사회적 관심과 촘촘한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우선 아이들이 가정 안에서 충분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하되, 친부모 양육이 어려운 경우에도 가정 양육이 가능하도록 가정위탁제도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어린 시기부터 돌봄을 시작한 아동, 교육과 의료 지원이 필요한 이주배경아동 등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찾고 지원하기 위한 공동체적 노력도 절실하다.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차별 없는 환경에서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함께 더 많은 분들이 1년에 한 번은 즐거운 나눔의 동행에 함께해 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