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한 까닭은?

2025-02-13 13:00:40 게재

규제철폐 상징적 효과 노려

“가격급등 우려 낮다” 판단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집값 인상에 극도로 예민했던 서울시가 이를 해제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시는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투기 우려가 적은 신통기획 추진지역 6곳도 즉시 해제했다.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 등은 제외됐지만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서울시는 집값 인상을 최대한 통제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오세훈 시장의 대표상품인 재건축 재개발 속도를 조절하면서까지 몸을 사렸다.

하지만 이른바 ‘잠·삼·대·청’ 부동산 거래를 더는 묶어둘 수 없다는 주민과 시장의 요구에 정책을 선회했다. 부동산 폭등은 없을 거라는 자체 연구 결과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시가 앞서 진행한 연구용역결과 토지거래허가제는 지정 초기에는 집값 안정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집값을 잡는 효과보다 거래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부동산 가격은 한두채의 거래만으로 시장가가 형성된다. 매매가 줄어들면 한두건의 거래가 전체 시장가를 만들고 이는 신고가 거래로 이어져 실제 거래는 적지만 호가는 오르는 시장 왜곡을 낳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오세훈 시장의 규제철폐 강조와도 닿아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실거주 의무 때문에 주거 이동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사유재산의 자유로운 거래를 막는 등 서울시의 대표적 규제로 꼽혔다.

허가구역을 풀었지만 사실상 ‘핀셋 해제’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허가제가 풀린 곳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주변에 그친다. 재건축 아파트 14곳은 허가제를 유지했고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은 여전히 묶어놨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강남권 유권자를 의식한 오 시장의 대선전략 일환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치적 고려에 의한 해제 추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제를 풀어 얻을 이득보다 집값 자극 우려로 안게 될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규제철폐 연장선에서 상징적 조치가 필요했고 허가제가 그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해제된 지역이 국제교류복합지구 주변 2㎢로 제한됐다는 점에서도 해제로 인한 효과보다 규제완화라는 명분이 필요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팀장은 “토지거래허가제 외에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적용 등 부동산 가격 급등을 견제할 추가 장치가 있다”면서 “해당 지역은 가격이 이미 올라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폭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부동산 시장과 투기 세력들이 시의 이번 조치를 대대적 해제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경우 실제 해제 여부와 상관없이 가격이 들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허가제 해제 기대로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상승한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집값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려면 규제완화에 매달리지 말고 세밀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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