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풍경

노조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가능한 의견표명은?

2025-02-14 13:00:02 게재

2023년 여름, 한 도시에서 웨딩홀을 운영하는 A회사에 B노조 지부가 생겼다. B노조와 A사는 단체교섭을 시도하면서 노사갈등이 시작됐다. B노조 조합원들은 사측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며 두달여간 주말 점심시간대에 공용 엘리베이터 등에서 피케팅을 시작했다.

사측은 피케팅을 업무방해로 간주하고 불법 조합활동이라 규정해 B노조에게 조합원들에 대한 불이익(인사조치 및 민·형사상 조치)을 예고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몇차례 보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도 의견을 표명할 자유를 갖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노조활동에 대해 단순히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하거나 집단적 설명회를 통해 회사의 경영상황 및 정책방향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용자가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의견에 ‘징계 등 불이익한 위협 또는 이익제공의 약속 등’이 포함돼 있다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에서는 B노조 조합원들의 피케팅이 정당한 조합활동의 범주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었다. 특히 피케팅이 근무시간에 이뤄졌는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됐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

쟁의행위 중 신규인력 투입, 부당노동행위 여부는

지방노동위원회(초심)와 중앙노동위원회(재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초심은 A사의 공문 발송이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피케팅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에 불과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재심에서는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주요 논거는 △A사는 휴게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돼 피케팅이 이뤄진 시간을 근무시간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부분적·병존적 점거의 형태로 이뤄져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은 점 △예식 진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용자의 객관적 입증이 부족한 점 등이었다.

결론적으로 중노위는 A회사가 B노조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자 의견 개진의 수준을 넘어 B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예고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B노조는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쟁의행위 시점을 전후로 사측은 두차례에 걸쳐 B노조 조합원들의 소속 부서에 파견근로자들을 투입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는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A측은 퇴사자 및 대기발령자 발생에 따른 결원 인력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므로 쟁의행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초심 재심 모두 쟁의행위가 개시된 이후에 이뤄진 2차 신규인력 투입은 노조법 위반이며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중노위는 △1차 신규인력 투입으로 결원에 따른 인원이 상당 부분 보충됐고 △대기발령자들은 B노조 조합원이고 해당 직무에 복귀될 가능성이 있는 인력들이며 △사용자가 쟁의행위 기간 중에 2차 신규인력을 투입해 B노조 조합원들의 업무를 일정 부분 수행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2차 신규인력 투입은 자연 감소에 따른 인력 충원을 목적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노동위 판정에도 계속되는 노사갈등

노동위 ‘일부 인정’ 판정으로 마무리됐지만 노사 어느 누구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노사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사례는 노사관계에서 노동위의 판정이 항상 최선의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노사관계 질서의 신속한 정상화’를 위한 노동위 판정(구제명령)은 노사 어느 일방의 주장이 100% 정당하다고 판단 내릴 수 없는 ‘51:49’의 상황에서도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판정’은 승자독식으로 끝나고 패자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판정에 불복하는 소송이 계속되고 그 결과가 뒤집어지기도 한다.

A사에서는 B노조 지부 탄생 이후 노사가 모든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일방적인 ‘주장’과 극단적인 ‘조치’로 일관하면서 대립적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노사 간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노동위 단계에서 승자독식의 ‘판정’ 방식은 적절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사건 초기에 상호 협력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면, 서로 간에 조금씩 양보해 노사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자율적 분쟁해결제도(화해)를 통해 분쟁이 해결됐다면 어땠을까?

이수정

중앙노동위원회

교섭대표결정과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