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감당 어렵다’ 월세전환 가속

2025-02-14 13:00:02 게재

서울 아파트 월세 비율 50% 문턱 … 보증금 오르는데 보증비율 90%로 축소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보증 비율이 단계별로 축소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120.9로 나타났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중형(전용면적 95.86㎡)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비중은 전분기보다 3.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최근 2년 이내 최고치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모습.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 대출과 보증 축소가 월세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전세 보증기관이 보증금액 폭을 좁히기로 하면서 전세시장이 급격하게 월세로 전환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세입자는 한국주택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중 한곳에서 받은 보증을 토대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현재 100%인 HUG와 서울보증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도 HF 수준인 90%까지 낮추기로 하면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안을 느끼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보증 비율을 90% 이하로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수도권 월세 전환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1월 4.14%로 지난해 10월 이후 넉달째 상승세다. 전월세 전환율이 높아지면 임대인들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해 더 많은 월세를 받을 수 있다. 서울 강북 14개구, 강남 11개구 전월세 전환율도 각각 4.18%, 4.10%로 상승했다.

월세 전환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곧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 비중은 56.0%(3만112건), 월세 비중은 44.0%(2만3657건)로 직전 분기 대비 월세 비중이 3.3%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인은 2022년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와 2023년 5월부터 꾸준히 오르는 전셋값 때문에 세입자들이 월세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3~2024년 전월세 거래가 가장 많았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경우 2023년 1분기 전세보증금이 8억1000만원 2024년 4분기 10억원으로 약 23% 증가했다.

전세보증금의 80%를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매월 244만원의 이자가 300만원(시중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 4.5% 적용)까지 늘어나게 된 셈이다. 반면 동일 단지·면적의 월세(갱신계약)는 보증금은 큰 변동이 없지만 126만원이던 월세가 178만원까지 40%가량 증가했다.

월세가격이 급증했지만 높아진 전셋값의 문턱을 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하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월세 계약을 연장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전세대출보증 비율을 현행 100%에서 90%로 인하하는 등의 규제가 예고되면서 전세대출 한도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전세가격 상승으로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지게 되면 수요는 순수 전세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될 수밖에 없어 전세의 월세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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