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법안 공청회

“과학적·사회적 합의 기반 수급추계 필요”

2025-02-14 13:00:03 게재

전문가들 “추계위 독립성·전문성 보장” 한 목소리 … 위원회 구성에 직역 과반 vs 동수 이견

의료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면서도 “과학적 판단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수급추계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위원회 구성과 관련 의료계는 의료전문가 과반 이상을, 소비자단체 등은 의료 공급자·소비자 동수 구성을 주장하는 등 이견을 보였다.

◆추계 객관성·공정성 담보 중요 = 이날 공청회에서 진술한 전문가들은 추계기구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체계를 갖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의사 수급 추계에는 보편타당한 과학적 참값이 없고 사회적으로 수용된 참값만 있을 뿐”이라며 “수급추계위원회는 과학적 엄밀성과 사회적 합의 형성을 모두 다루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원모 보라매병원 교수도 “방법론의 전제와 수행방식에 따라 추계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며 “현실 사회에 부합하고 수용성이 높은 추계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구조를 수급추계 방법 안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필요의료인력을 추계하기 위한 독립적이고 과학적 검토와 조사 등이 전제된다. 하지만 결정과정에서 사회구성원의 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위원회 위원 구성과도 이어진다. 의료계는 위원회 구성에 있어 독립적인 기구에 의료 직역 전문가가 과반 혹은 다수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추계위 인적 구성은 각 직종의 현장 전문가가 충분한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의료 수요 적정성 평가, 의료공급 능률 개선, 의료교육 등을 평가해야 하기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가 다수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덕선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보정심 산하가 아닌 독립적 법정단체나 법인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며 “위원장은 정부위원이 아닌 전문가 중에서 위촉하고 해당 직역 전문가가 2/3 이상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의사수급분과위원회 구성원 22명 중 77%가 의사면허 소지자”라며 “이들이 단일 대오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회, 의대교수, 병원, 보건시설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망라되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환자단체 등은 다른 의견을 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보건의료 공급자측이 추천하는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구조는 우려된다”며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소비자·시민단체 등 이용자 대표도 균형있게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추계위에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와 보건의료 수요자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동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주 대한병원협회 기획부위원장은 “병원은 의료인력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임상교육을 담당하는 현장”이라며 “의사의 48.8%, 간호사의 92.5%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만큼 병원계 대표가 추계위원회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추계위 운영 방식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장원모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교수는 추계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가치 분과와 기술 분과로 나누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가치 분과에서는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참여자들이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고 기술 분과에서는 전문가들이 통계모형 개발 등 기술적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다.

◆추계위 논의, 의정갈등 인식 반영돼 긴장감 = 이날 법안의 쟁점과 향후 과제에 대해 신영석 고려대 연구교수는 “의료인력 추계는 인구구조 변화, 의료수요, 질병 양상, 근로패턴 변화, 의료기술 발전 등 다양한 요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종합 고려해야 한다”며 “중장기적 인력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는 추계위원회 제도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년간 의정갈등의 영향이 드러났다.

옥민수 단국대 교수는 “의정 갈등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건의료인력의 수급추계를 할 수 있는 절차를 법률상 규정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민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인력추계를 위한 독립성 전문성 중립성 투명성이 결여돼 미래세대의 기대와는 괴리된 형태”라며 “인력추계기구의 설립을 보건정책심의위원회의 의대 입학 정원 결정과 같이 졸속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 이사 등 의협 관계자들은 추계기구가 복지부 소속 기관으로 되는 것도 반대했다.

정 교수는 “2020년 민주당 정부의 400명 증원 발표 시점에서 의료계가 이를 수용하고 함께 지역의료 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의 의정 사태는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타협 없는 일방적 주장을 고집한 결과는 2025년 증원규모를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줄인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또 정 교수는 “의대정원에 대해 의료계 전체가 대응하는 상황에서 위원회 위원을 이해관계자가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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