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금융지주 위험가중자산 35조원 증가

2025-02-14 13:00:15 게재

보통주 자본비율 낮아지며 주주환원 여력 축소 →주가 하락

JB금융, 4대 금융지주보다 높은 PBR·ROE·주주환원율 돋보여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4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이 35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아졌고 주주환원 여력이 축소되며 밸류업 계획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주주환원 규모가 역대 최대 실적에 비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요 금융지주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원달러환율 165원 급등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분기 말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위험가중자산(RWA)은 전 분기 말 대비 35조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지주에서 13조5000억원,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약 7조5000억원, 신한지주에서는 6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사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과 한국 비상계엄 사태 때문에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해 9월 말 달러당 1307.8원(주간 거래 종가 기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2월 말 1472.5원으로 165원 가까이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경우 국내 금융사들이 갖고 있는 외화대출 가중치에 영향을 준다. 외화대출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위험도가 커지는 구조다. 원화 약세는 파생상품 관련 위험가중치에도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수록 금융지주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CET1 비율은(보통주자본 / 위험가중자산) 자본 측면에서 얼마만큼 위험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여기서 보통주자본이란 보통주와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 자산을 유형별로 위험 정도를 감안해 다시 계산한 것인데 원화값 하락에 따라 외화표시대출이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 비율이 0.01~0.03%p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CET1은 각 금융지주사의 주주 환원 정책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표다. 각 금융지주사들이 CET1 비율 13%를 초과한 자본을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지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CET1 비율을 높일수록 주주환원 기대치도 함께 상승한다.

◆4대 금융지주 CET1비율 평균은 12.94% = 4분기 금융지주 실적발표의 핵심은 환율 상승에 따른 CET1비율 관리 수준이었다. 그런데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CET1비율 평균은 12.94%로 직전 분기보다 0.09%p 소폭 하락했다.

CET1비율은 금융사의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수치로 인수합병(M&A)은 물론, 손실흡수와 주주환원 등 여러 부문에 중요한 기준점으로 활용된다. 금융당국은 CET1비율을 12%를 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의 CET1비율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3.51%로 직전 분기보다 0.34%p 하락했다. 13.51%에 준하는 배당재원은 1조8700억원으로 2024년 총 환원금 2조200억원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CET1비율은 13.03%, 13.13%로 각각 0.10%p, 0.04%p 떨어졌다.

반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2.08%로 직전 분기보다 0.12%p 상승하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CET1비율이 개선됐다.

증권가에서는 각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4분기 CET1 비율을 어느 정도 관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치러야 했던 비용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JB금융, 올해 45%의 주주환원 기대 = 이런 가운데 지방은행인 JB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보다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 가치평가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다른 지주들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또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1년 전 보다 PBR과 PER이 더 떨어졌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3일 기준 KB금융지주의 PBR은 0.53배, PER은 6.86배다. 같은 날 신한지주는 0.46배, 6.02배, 하나금융지주는 0.44배, 5.33배, 우리금융지주는 0.41배와 5.32배로 나타났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비율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비율이다. 두 지표는 기업이 자사의 순자산·순이익과 비교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평가되는지를 보여준다. 숫자가 클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해석한다.

JB금융지주는 지난해 업종 최고 t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주당 680원의 결산 배당을 확정 발표하며, 올해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45%로 제시했다.

JB금융지주는 2024년 중 배당가능이익 등 영향으로 추진하지 못한 약 3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올해 이연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포함한 2025년 총 주주환원율은 약 45%, 배당성향 28%에 자사주 17%가 예상되며,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당사 추정치 기준 약 136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으로 CET1비율을 관리하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확대 기조 이어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2026년에도 Target 주주환원율 45%로 제시하는 등 전반적인 주주환원 가시성 높다”고 판단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JB금융의 경우 연말 CET1 비율이 12.2%까지 하락하면서 향후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배당가능이익 문제는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점차 더 늘릴 경우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실제 자사주 매입 규모가 회사의 계획치를 다소 밑돈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규모와 비중 자체가 타행들을 크게 상회한다는 점에서 큰 폭의 주주환원 확대 추세는 굳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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