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요란한 민생행보…성과없이 제자리걸음
추경·반도체법·연금개혁 구호만
20일 여야정 국정협의체 첫 회의
여야가 앞다퉈 민생행보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주도권 경쟁에만 치중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여야는 오는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 첫 회의를 개최한다.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석할 예정이다. 여야정은 이날 회의에서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 특례 조항,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규모와 내용·시기,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틀과 모수·구조개혁 우선순위 등 여러 쟁점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당초 10~11일 첫 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국민의힘이 의제 조율 필요성 등을 이유로 회의를 미뤄 연기됐다.
여야는 2월 국회 시작을 계기로 ‘민생 우선’을 강조하며 정책현안 띄우기에 주력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확장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정협의나 연금개혁, 반도체특별법 등 이슈를, 민주당은 민생회복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무협의 등을 통해 이견을 좁혀갈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여야간 절충점을 찾기보다 차이를 드러내는 공세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반도체특별법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명시할지를 두고 대치하고 있고, 연금개혁도 여당은 여야 동수의 국회 특위를 구성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모수개혁안을 먼저 처리한 뒤 구조개혁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추경 편성을 놓고는 정면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민생회복을 위한 슈퍼 추경을 주장해 온 민주당은 13일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시하며 정부·여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민생 회복 예산 24조원에는 소비 쿠폰 사업을 위한 13조원 등이 담겼고, 경제 성장 예산 11조원에는 공공주택·SOC(사회간접자본) 투자 1조1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더 좋은 사업을 제안하면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도 조정이 가능하고, 추경 규모와 항목 등을 정부·여당과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추경 제안을 ‘재정 살포 퍼주기 추경’, ‘매표 추경’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에서 “추경 편성이 정부의 고유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거대 야당이 마치 정부를 압박하듯 자체 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오만한 발상”이라며 “민주당은 자체 추경 편성안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방적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한마디 사과 없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악성 포퓰리즘 추경을 들고나왔다”면서 “민생을 위하는 척 포장했지만, 속내는 대선으로 향해 있다”고 주장했다.
합의를 위해 민생지원금 제외를 언급하던 민주당이 12조8000억원(1인당 25만원)을 제시하면서 대선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이광재 전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추경에 서민지원이 필요하지만 전 국민 25만원 지원이 아니라 저소등측 지원과 소비진작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모 아니면 도, 이런 정치는 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물론 국민의힘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을 내세우면서도 정책 현안에 대한 구체적 방안없이 ‘월권’ 등을 주장하며 ‘야당 반대’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야 모두 성과 보다는 민생·정책행보 이미지를 쌓는데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최근의 여야 활동에 대해 지지층의 결집세가 나타난 가운데 중도층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0~12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1001명. 가상번호 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응답률 21.9% . 이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중도층은 탄핵·차기 대선구도 등에서 진보층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1월4주~2월2주차 이재명 대표나 대선 전망 등에 대해선 관망하는 양상이다. 대선구도와 관련해선 ‘정권교체’ 인식은 60%→58%→63%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차기 적합도(28%→34%→32%) 호감도(39%→39%→39%)는 평균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