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에 재차 힘 실은 최상목…정치 사안엔 ‘시간끌기’

2025-02-14 13:00:23 게재

“민생 어려워 추경 필요 … 국정협의회서 논의”

상설특검·마은혁 임명 등엔 “숙고중” “예단 어려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사안에는 적극 대처하되 정치 사안에는 애매한 입장을 내며 시간 끌기 전략을 고수했다.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최대 한달 정도만 버티면 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사실상 내란옹호”라며 최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지만 조기 대선으로 정치권의 관심사가 옮겨간 데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예전처럼 압박 수위를 높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최 권한대행은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추경에 힘을 실었다. 최 권한대행은 “(추경에 대해) 정부도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여야 대표들이 국회에서 연설한 걸 들어 보니까 추경 논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것 같다”며 “민생이 어렵고 글로벌 교역의 불확실성이 있으니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정협의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거기서 추경의 기본 원칙을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은 총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하며 추경 논의를 수면 위로 올렸다. 민생회복 소비 분야, 인공지능 및 반도체 연구개발 등의 예산을 고루 담았지만 전국민 지역화폐 지급 내용도 함께 담으면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추경 자체에 대해선 원론적으로 찬성 입장이지만 지역화폐 예산을 배제해야 추경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의 추경 제안에 대해 “매표 추경”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이 와중에 최 권한대행은 국정협의회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일단 중심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국정협의회는 오는 20일 오후 5시에 첫 회의를 열고 추경 등 현안에 대해 담판을 지을 예정이다.

최 권한대행이 추경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선 분명한 자기 입장을 밝힌 데 비해 껄끄러운 정치 현안에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최 권한대행이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김용민 의원 질의에 최 권한대행은 “보고 받기로는 상설특검 관련된 국회 규칙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에 맞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숙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내란을 옹호하고 내란을 확산시키려고 온 힘을 다한다”며 최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해서도 확답을 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헌재가 (마 후보자 임명 보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인용할 경우 마 후보자를 임명하겠느냐’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 질문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존중해야 되지만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헌재의 결정을 무시한다고 하면 이 나라는 나락으로 빠진다”고 재차 압박했지만 최 권한대행은 “저는 어떤 상황이 있어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리고 민생과 국정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원칙적 입장을 냈다.

한편, 최 권한대행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김병환 금융위원장·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일명 F4 회의를 주재하는 등 경제 행보를 이어갔다.

최 권한대행은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한 경계감과 디스인플레이션 정체에 따른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 등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발표 등 주요국 정책, 지정학적 요인 등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24시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공매도 재개를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전산시스템 구축 등 제도개선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상장법인의 합병·물적분할 시 주주 보호 의무 강화, 합병비율 개선 등 일반주주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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