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도 넘은 헌법기관 부정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헌법재판소는 한두차례 더 변론기일을 열고 윤 대통령과 국회 양측의 최종진술을 듣고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3월 초중순 얘기가 나온다. 다수 국민들은 헌재가 안팎의 국가적 혼란과 위기상황을 고려해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결정 시점이 다가올수록 헌재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일부 극우세력의 극단적 주장에 공당이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동조하거나 앞장서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불공정, 정치 편향성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윤상현 의원)거나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을 공식 면담한 결과 ‘민주당 의원들한테 완전히 이용당했다’는 답변을 들었다”(성일종 의원) 등의 주장을 국회 본회의나 시위현장에서 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의 각종 사건 진행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돼 정치재판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헌재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일부 여권 대선주자들도 헌재의 편파성을 문제삼는다. 조작된 음란물 댓글을 근거로 헌재 소장 대행에 대해 공개적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일부 극렬 지지층은 헌법재판관들의 ‘신상 털기’에 나서고 “헌재를 불지르겠다”는 테러위협까지 서슴치 않는다.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현직 검사장이 공개적으로 헌재를 비판하고 소수 약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인권위가 ‘대통령 인권보호’를 권고하기까지 했다.
이재명 재판도 신속 공정 필요
윤 대통령이나 여당, 지지층들이 자신을 변론하고 사법체계 내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또 탄핵에 반대하는 건 자유다. 그에 대한 평가는 선거 등을 통해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관을 음해하고 정치적 유불리에 편승해 헌재 존재를 부인하고 판결에 불복하는 것은 헌법 부정이다. 헌법 부정을 술자리의 푸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 게 12.3 내란사태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헌법기관인 선관위 자체를 부정하고 서버를 탈취하려고 군대를 동원한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현 여권 일부와 지지자들의 행태는 곧바로 헌재 나아가 헌법 부정으로 나아갈 위험이 크다.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 또 다시 물리력을 동원할 것인지 우려스럽다.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건은 이런 위협들이 단순히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당 역시 헌재의 결정에 불복할 생각이면 대선후보를 내지 말고 거리에서 ‘저항’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정치적 혼란기일수록 최고의 기준을 헌법에 둬야 한다. 국민의힘이 정말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의지가 있다면 이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더불어 중대한 정치적 변곡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재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2월 중 재판을 마무리짓고 3월 선고할 태세다. 일각에서는 항소심뿐 아니라 대법원도 예상되는 조기 대선 이전에 결론을 내려 정치적 혼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종심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듯 설사 대선 후보라도 사법적 결론이 내려진다면 이에 대해 승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도 결국 이 대표와 야당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최종 판단은 유권자가 내릴 것이다.
제로섬 게임 아닌 상생 정치 찾아야
법치주의는 모든 사람 기관 정부는 법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난히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 넘쳐나는 한국 정치권은 ‘법조 과잉’이다. 이들은 ‘내로남불’을 넘어 법을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하고 상대방을 ‘범죄자’ 취급하는 데 익숙하다. 프랑스 전제군주인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라고 했듯이 “내가 곧 법”이라고 강변해서는 미래가 없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우리 모두는 세상이 우리의 편견들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되는 견해는 약간의 생각하는 노력을 동반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하기보다는 죽고 싶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만큼 타협과 상생은 어려운 일이지만 극단으로 치달아 공멸할 수는 없지 않나.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 정치권이 엄중한 내란사태의 터널을 지나 과거에만 매달리지 말고 미래로 나가야 한다.
차염진 정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