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쇄빙선이 미국 북극전략 운신 폭 넓혀”
[인터뷰 | 최수범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부소장]
북극해운과 환경 균형 과제
극지기술연구회 발표회
미국과 캐나다 핀란드가 지난해 7월 체결한 쇄빙선 협력(ICE Pact)은 트럼프 2기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협력을 이어주는 고리는 한국의 한화오션이다.
내일신문은 지난 13~14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있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열린 대한조선학회 소속 극지기술연구회의 ‘2025년 동계연구발표회’에서 미국의 쇄빙선 협력에 대해 발표한 최수범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부소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먼저 미국과 캐나다 핀란드가 체결한 ‘쇄빙선 협력’은 무엇인가.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게 북극의 전략적 가치는 크다. 하지만 미국은 북극작전을 수행중인 대형 쇄빙선이 2척 뿐이다. 41척을 보유한 러시아에 비해 절대 열세다. 쇄빙선 5척을 보유한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가 운용하는 쇄빙선 ‘폴라 스타’는 노후했고 3척의 신규 쇄빙선을 건조하고 있지만 비용이 31억달러에서 51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서방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쇄빙전략을 보강하려는전략을 추진하고, 지난해 7월 캐나다 핀란드와 협력을 체결했다. 캐나다는 북극에서 쇄빙선 운용경험이 많고 핀란드는 세계 쇄빙선 60%를 공급할 정도로 세계적인 쇄빙선 건조기술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와 핀란드는 각각 20척, 11척 쇄빙선을 운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쇄빙선 협력을 맺고 있는 캐나다에게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며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전통적 동맹관계도 ‘거래’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어 쇄빙선 협력 분위기도 변하지 않을까
미국은 쇄빙선 한 척이 아쉬운 상황이다. 러시아는 북극지역에서 독보적인 쇄빙선 전력을 갖고 있고 중국도 북극인접국가를 표방하며 북극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이에 대응하려면 서방 동맹국과 협력은 필수다. 캐나다와 핀란드 입장에서는 쇄빙선을 팔아야 한다. 이런 방향성에 변화가 없고 실무자들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오히려 빨리 추진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 대표단이 핀란드 에이커조선소를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하지 말라고 하면 몰라도 쇄빙선 협력이 안 될 이유는 없다.
●캐나다와 핀란드가 유리한 상황에서 미국이 ‘을’이 될 수 있지 않나.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쇄빙선 협력 갑·을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캐나다 핀란드가 쇄빙선을 통상 수단으로 쓸 수 있었지만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100% 인수작업을 완료했다. 쇄빙선 건조 경험이 풍부한 한화오션 기술이 미국에 있는 필리조선소로 이전될 수 있게 됐다. 우리 정부의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안 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캐나다 핀란드가 없어도 된다. 미국은 해외에서 상업용 군사용 선박을 건조할 수 없게 한 존스법과 반스-톨레프슨법을 개정해서라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미국 캐나다 핀란드 3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니까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쇄빙선 협력에 우리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 현재 미국의 쇄빙선 건조사업은 일정도 지연되고 비용도 초과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40척의 대형 쇄빙선을 건조할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비용은 불확실하다. 미국은 캐나다 핀란드와 협력만으로 자신들이 요구하는 쇄빙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검증된 한국의 조선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저렴하게 미국용 쇄빙선을 건조할 수 있다. 한화오션 기술력으로 필리조선소에서 현지 생산을 할 수도 있다. 미국의 북극전략을 운용할 폭이 넓어진다.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데 북극해운은 계속 증가할까.
북극이사회 워킹그룹 중 하나인 북극해양환경보호(PAME)의 ‘북극해운’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해운은 2013년 1298척에서 2024년 1781척으로 2023년 1782척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과거에는 극한 환경 때문에 북극항로 이용은 제한적이었지만 기후변화와 기술발전으로 북극이 새로운 해운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북극에 대한 상업적 군사적 이용이 늘어나면 해빙 감소 속도를 높이거나 유류오염 등 환경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커지는데
북극해에서 선박 운항이 증가하면서 따르는 문제다. 환경과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극지운항선박 안전규정(Polar Code)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폴라 코드’는 내빙급 선박조건, 선원조건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규정이 아닌데 안전과 환경보호를 위해 강제규정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극지운항 선박은 얼음을 깨는 쇄빙선, 얼음을 깨면서 운송도 하는 쇄빙급 선박, 쇄빙선이 얼음을 깨면 뒤를 따라가며 깨진 얼음바다를 운항하는 내빙급 선박 등이 운항할 수 있다. 내빙급 선박이 아닌 일반 선박이 운항하면 사고 위험이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