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조기 대선 경쟁 ‘혼전’…‘20일 경선전략’에 승패 달렸다

2025-02-17 13:00:40 게재

2017년 박근혜 탄핵 인용 뒤 여당, 21일 만에 후보 선출

국민의힘 주자 지지율 비슷 … ‘바람’ 일으킬 전략 주목

찬탄파는 본선 경쟁력 강조 … 반탄파 ‘보수 적자’ 경쟁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국민의힘 차기주자들도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선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야당처럼 뚜렷한 선두주자 없이 혼전 양상이라는 평가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당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여당 경선은 20여일 만에 치러졌다. 이번에도 ‘초단기 경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여일 만에 치러지는 ‘초단기 경선’에서 누가 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조기 대선, 초단기 경선 불가피 = 2017년 조기 대선 당시 여당 자유한국당의 경선은 탄핵 인용 뒤 21일 만에 끝났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이 이뤄지자마자 사흘 뒤인 3월 13일 예비후보 등록을 받았다. 이틀 뒤 대선기획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했다. 경선 일정이 워낙 촉박하다보니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시간도 없었다. 방송토론회가 거의 유일한 선거운동이었다. 3월 18일 당원투표 70%+여론조사 30% 방식으로 후보 9명 중 3명을 컷오프 했다. 이틀 뒤에는 6명 중 2명을 다시 컷오프 했다. 최종적으로 남은 4명(이인제 김관용 김진태 홍준표)이 최종 승부를 벌였다. 당원투표 50%와 여론조사 50% 경선을 통해 홍준표 후보가 승자가 됐다. 탄핵 인용 뒤 불과 21일 만에 대선 후보를 선출한 것이다.

발언하는 권영세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이는 역대 대선 경선보다 초단기에 끝낸 것이다. 2022년 대선 경선은 2022년 7월 12일 예비후보 등록으로 시작해 9월 15일 1차 컷오프→10월 8일 2차 컷오프→11월 5일 최종후보 선출 순서로 진행됐다. 후보 선출에 석 달 가까이 걸린 것이다. 조기 대선은 탄핵 인용 뒤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경선도 속성으로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홍준표, 김문수 발언 비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차기주자들은 조기 대선을 겨냥한 행보에 슬슬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대표직을 사퇴한 한동훈 전 대표는 두 달 만인 16일 “머지않아 찾아뵙겠다”는 글을 올렸다. 저서 출간도 예고했다. 조기 대선 참여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여당의 조기 대선 경쟁은 아직 ‘혼전’ 양상이다. 한국갤럽(11~13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차기주자 지지를 묻자 이재명 34%, 김문수 12%, 한동훈·홍준표·오세훈 5%, 이준석·조 국·김동연 1%로 나타났다. 야권과 달리 여권은 압도적 1위 없이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여일에 불과한 ‘초단기 경선’에서 어떤 전략을 내놓는가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짧은 시간 안에 ‘바람’을 일으켜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찬탄파(탄핵 찬성파)란 공통점을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은 “내가 본선 경쟁력이 있다”며 당심·민심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꺾고 재집권하려면 중도확장성이 있는 자신을 찍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다. 이들은 본선 경쟁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미 가상 경쟁자인 이 대표를 겨냥한 공세에 적극적이다. 오세훈·유승민·안철수는 ‘이재명표 추경안’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들은 찬탄파라는 공통점 때문에 경선 승리를 위한 합종연횡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탄파(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원희룡 전 장관은 ‘보수 적자’임을 강조하는 전략이 예상된다. ‘보수 적자’로 인정받으면 당원 50%+국민 50%로 치러지는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묻자 “전 목사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라고 답했다. 홍 시장은 16일 SNS를 통해 “독립운동의 영웅 김 구 선생의 국적이 중국이었다는 망발도 참으로 유감”이라며 김 장관의 ‘김 구 선생은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발언을 비판했다. ‘보수 적자’ 경쟁으로 해석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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