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클릭’ 논란에 “원래 자리에 있다”

2025-02-17 13:00:28 게재

경제정책 현안 ‘실용’ 행보에 비명계 등 반발

강성 지지층 겨냥 “보수정권 어젠다 빼앗아”

확장·결속 바쁜 행보 … 안정감 훼손 지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도 확장과 내부 결속 사이를 오가며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년회견에선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성장’ 프레임을 내세우더니 2월국회 시작과 함께 민생회복지원금·기본사회를 들고 나섰다. 정체성과 노선을 바꾸는 ‘우클릭’ 논란이 일자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잇따라 출연해 “자꾸 우클릭했다고 몰아가는데 원래 제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산자위 소위, 반도체법·에너지3법 심사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원이 소위원장이 반도체법, 에너지3법 등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이 대표의 우클릭 논란은 연초 ‘민생 우선’ 실용행보를 강조하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며 기본사회 보류를 시사했다. 성장이 절실할 때 분배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후 반도체법특별토론회에서는 “특정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밝혔다.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내놓은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언급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또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추경 편성을 위해 민생회복지원금 등 특정 항목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추경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지만 보편적 지원을 강조한 기존 입장의 선회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의 이같은 입장이 나온 후 국민의힘은 대선용 입장선회라며 비난했고, 야당 비명계 안에서는 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꾸는 것은 민주적 토론과 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반도체특별법을 언급하며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데 어느 한 법에, 어느 한 특정 영역에 (대한) 예외를 두면 그것이 우리 사회 전체를 운영하는 틀 자체가 흔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정체성·본질을 규정하는 정책을 당대표가 일방적으로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우리(민주당)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기 대선 국면에 경쟁해야 할 비명계 인사들의 정치적 공세라는 점을 감안해도 친문·비명계와의 포용·협력이 필요한 이 대표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민주당이 그간 강조해 온 가치에 대한 훼손 우려 또한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 이 대표가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잇따라 출연해 우클릭 논란에 대한 해명을 내놓은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이 된 주 52시간 노동시간 예외조항과 관련해선 ‘반도체 산업 국가 지원 법안 우선 처리’ 이후 추가 논의 입장으로 선회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7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52시간 예외 조항은 추후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개정안을 내거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17일 열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정리해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책위는 13일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추경예산안을 공개했다. 여당이 자체 안을 제시하면 협의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당초 민주당 입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민주당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지켜온 원칙과 가치에 대한 존중 위에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법”이라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강력한 동의를 얻어가며 나아가야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유튜브 채널에 잇따라 출연해 핵심 지지층을 상대로는 협력과 동참을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22년 대선 패배와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며 “(지금과 같은 시국에) 우리 당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당내) 불만 목소리도 수용하고 그분들의 역할을 찾아 만들어드리며 협력할 게 있으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4일 저녁 유튜브 채널 ‘이동형 TV’에 출연해선 “자꾸 우클릭했다고 몰아가는데 저는 우클릭을 안 했다”며 “원래 제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발전도 민주당 정권일 때가 훨씬 나았고 우리의 진심은 성장해서 분배하는 데 있다”며 보수정권이 주도 해온 성장담론을 민주당이 먼저 제기하면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비명계의 공세에 대한 당내 강성지지층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보수진영의 ‘우클릭 프레임’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내부 결속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형적인 말바꾸기’라는 여권의 공세 속에서 이 대표의 행보가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지 주목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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