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시동, 자사주 취득 대폭 늘어 … 당국, 사업보고서 중점 점검
보유 목적, 취득과 처분·소각계획 구체적 기재 여부 확인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 행사내역도 중점 점검 대상에
부실기재 심각하면 ‘재무제표 심사대상’ 선정 가능성↑
지난해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면서 자사주 취득을 대폭 늘린 가운데 금융당국이 자사주와 관련 공시를 기업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18조7000억원으로 전년(8조2000억원) 대비 2.3배 증가했다.
18일 금융감독원은 2024년도 사업보고서 중점 점검사항에 ‘자기주식 보유현황 및 처리계획’ 등 주주 및 기업가치 제고 관련 비재무항목을 포함시켰다고 사전 예고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주 보유·처분 등 과정에서 공시를 대폭 강화하는 등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시행한 것과 관련한 후속조치다.

금융위는 “자사주 제도개선 방안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한 상장법인들의 자발적인 주주환원 노력이 실제로 일반주주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시행령 개정에 따라 사업보고서에 작성된 기업의 자기주식 보유현황 및 처리계획을 상세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사회 승인을 받은 자기주식 보고서를 사업보고서에 첨부했는지 여부 △‘주식의 총수 현황’에 자기주식 보유비율, ‘자기주식 보유현황’에 취득 목적과 최초 보유 예상 기간, 최초 취득 및 기말 수량, 변동 수량 등을 작성지침에 따라 올바르게 기재했는지 여부 △자기주식 보유 목적, 취득 및 처분·소각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했는지 여부 등이 세부 점검 내용이다.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 행사내역도 중점 점검사항에 포함시켰다. 금감원은 “소수주주권 제기사실 및 처리 경과 등은 기업의 주주총회 진행과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정보”라며 선정 사유를 밝혔다. 기업이 공시서류 제출일까지의 소수주주권 행사내역, 주주제안에 대한 정보, 주주총회 주요 논의 내용 등을 공시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다.
금감원은 기업지배구조 및 주주환원 등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늘면서 주주제안권이 행사된 기업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4월 공시서식을 개정했다. 주주제안권 제기사실, 주주제안의 주총안건 채택여부 등 처리경과, 주주총회 결과 및 논의내용 등 일련의 과정이 주주총회 전·후 제출되는 정기보고서(사업·분반기)에 충실히 기재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사업보고서 점검에서는 소수주주권이 행사된 경우 이를 포함해 소수주주권의 내용, 행사목적, 진행경과 등을 기재했는지 여부와 주주제안권 행사 관련 제안된 안건의 내용, 목적사항 포함 여부, 거부 사유, 진행 경과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주주총회 의사록 요약과 관련해서는 주주제안 안건 표시 여부, 주주제안자의 안건 설명내용, 주요 논의 내용 및 결론, 안건 수정 내역 등을 충실하게 기재했는지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예방 및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의 진행상황’도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단일판매·공급계약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유가증권5%, 코스닥10% & 3억원) 이상 체결 시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최근 5년간 코스닥시장 중심으로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과 관련한 불성실공시가 크게 늘면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공시서식을 개정해 공시관리를 강화했다. 계약체결 및 진행과정에서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제공이 부족한 측면이 있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사업보고서 중점 점검에서 단일판매·공급계약의 내역 및 진행상황을 작성지침에 따라 올바르게 기재했는지 여부, 대금 미수령시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했는지 여부, 향후 판매·공급 이행, 대금수령 등 관련 예정사항 및 추진계획, 변동 가능성이 있는 사항과 관련해 해당 사실 및 그 사유 등을 충실하게 기재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올해 5월 중점 점검을 실시하고 6월 중 기재가 미흡한 회사에 개별 통보해 자진 정정을 안내할 예정이다. 중요사항에 대한 부실기재가 심각하거나 반복되는 회사의 경우는 점검 결과를 ‘재무제표 심사대상 선정’에 참고하고 증권신고서, 주요사항보고서 등 공시서류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중점 점검사항 중 재무사항(13개) 관련은 △재무공시사항의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준수여부(5개) △내부통제에 관한 사항 공시여부(3개) △회계감사인에 관한 사항 공시여부(5개) 등이다. 전년과 큰 차이는 없지만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효과성 평가결과, 운영조직 등의 공시 여부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