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개관 준비중…‘삼성존’ 애물단지될라
삼성창조캠퍼스 핵심시설
이재용 회장 사법위험 해소
대구시·북구청 “개관 적기”
대구삼성창조캠퍼스의 핵심시설인 삼성존이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삼성이 9년째 문을 열지 않아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대구시와 북구에 따르면 북구 옛 제일모직 부지에 들어선 대구삼성창조캠퍼스는 삼성이 지난 2015년 2월 900억원을 투입해 부지 9만199㎡, 연면적 4만3040㎡ 규모로 조성했다.
이곳에는 벤처정신으로 제2의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이 되겠다는 청년창업가들이 몰려 있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비롯한 삼성존이 조성돼 있다. 삼성존에는 이병철 회장이 1938년 대구시 중구 인교동에 건립했다가 1997년 붕괴우려로 철거됐던 삼성상회가 원형복원돼 있고 그 옆에는 이병철 회장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또 1954년 설립된 제일모직 기념관도 있다. 말 그대로 삼성의 도전과 성공, 사업철학 등이 고스란히 간직된 현장이다. 삼성창조캠퍼스 조성 9년째를 맞아 벤처창업존, 문화벤처융합존, 주민생활 편의존 등은 대구 북구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벤처 창업과 육성의 터전이자 지역사회와의 교감 공간, 시민들의 쉼터 등으로 애용되고 있다.
삼성은 기공식 당시 “삼성의 창업 정신이 살아있는 이곳이 새로운 창업가들의 성장 터전이자 창조경제의 중심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존은 단지 내 다른 지역과 달리 썰렁하게 남아 있다. ‘제분 제면 주식회사 삼성상회’라는 간판과 외로이 서 있는 이병철 회장의 동상만이 삼성과의 연관성을 알려줄 뿐이다. 특히 이병철 회장의 동상에는 건립초기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나 현재는 존재감조차 잃어 가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물론 삼성존 조성을 계기로 관광자원화를 계획했던 대구시와 북구청도 실망하고 있다. 삼성존을 비롯 창조경제단지를 삼성의 창업정신 역사 등과 연계해 관광자원화를 구상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대구시와 북구청 등은 그동안 삼성그룹 오너 일가에 겹친 악재 때문에 삼성만 쳐다보고 기다렸다. 2020년 10월 이건희 회장의 사망,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석방, 재판 등 삼성 오너가의 내부사정만 바라보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동안 삼성 오너가의 희비에 따라 희소식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삼성의 묵묵부답에 실망만 거듭했다.
최근 대구시와 북구청은 다시 삼성존 개관 가능성에 고무돼 있다. 지난 3일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아 10년째 겪고 있던 사법위험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북구청 관계자는 “2014년 4월 28일 전국 최초로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해 10년 동안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되며 혁신성장의 중심으로 자라고 있는 삼성창조캠퍼스가 여전히 미완의 상태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며 “삼성가문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만큼 이제는 삼성이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 삼성존의 문을 열어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존을 관리하는 삼성물산측은 그동안 지역의 개관요청에 대해 “시설보완작업을 진행 중이며 시간을 두고 개관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